27일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 4호관 앞 ‘책 읽는 벤치’에서 여학생이 책을 보고 있다. 책을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벤치에 놓아두는 ‘책 읽는 벤치 in 광주’ 프로젝트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주에서 시작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책 읽는 고릴라 제공
#2. 전남대 임학과 2학년 이정문 씨(23)는 16일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 3호관 앞 벤치를 책 읽는 공간으로 꾸몄다. 시장에서 구입한 합판으로 걸이용 책꽂이를 만들고 책이 비에 젖지 않도록 아크릴 판을 씌웠다. 시선을 끌기 위해 초록색 집게벌레 모형을 달아놓았다. 처음에는 상식 책을 가져다 놓았으나 잘 읽는 것 같지 않아 시집을 꽂아 두었다. 이 씨는 “아직까지 책이 없어진 적은 없다”며 “내가 꾸민 벤치에서 책을 읽는 학생을 보면 작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벤치를 책 읽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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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벤치’는 올 초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루일방크(Ruilbank) 프로젝트에서 착안했다. ‘Ruil’은 네덜란드어로 ‘교환’이라는 뜻이다. 다 읽은 신문을 누군가가 다시 읽을 수 있도록 남겨두고 가는 지하철 관습을 문화교류로 연결한 프로젝트다. 대형 빨간 클립을 이용해 공원벤치에 책이나 잡지 등을 꽂아두고 시민 누구나 편하게 읽고 교환해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책 읽는 고릴라 코디네이터인 탁아림 씨(25·여·전남대 대학원)가 지인의 블로그에서 이를 본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운동을 제안했고, 전국 최초로 광주에서 벤치를 ‘미니 공공 도서관’으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 벤치지기 참여 절실
책 읽는 벤치는 전남대 용봉캠퍼스에 11곳이 있다. 동천주공아파트, 상무지구, 남광주역, 일곡동, 신안동, 용봉동에 한 곳씩 있고 6곳은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이를 관리하는 ‘벤치지기’는 20∼50대 20명. 4명은 활동을 준비 중이다.
벤치지기들은 한 곳 또는 여러 곳의 벤치를 맡아 ‘아워 셰어링 벤치(OUR SHARING BENCH)’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자신이 소장하거나 구입한 책을 가져다 놓는다. 집게로 책을 집어 놓거나 나무 등으로 책 보관함을 만들기도 한다.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지퍼백을 달아 놓기도 하고 아침에 책을 가져다 놓았다가 저녁에 수거하는 벤치지기도 있다. SNS를 통해 벤치지기로 참여하게 된 신광조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장(57)은 “책으로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공유문화운동’에 공감했다”며 “조만간 상무지구 집 인근 벤치와 시청 앞 평화광장 벤치를 예쁘게 꾸미고 시집을 놓아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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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