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연설서 ‘평화적 해법’ 밝혀… 국제문제 ‘다자 개입주의’ 재강조이란 대통령도 ‘관계개선 희망’ 화답
로하니 대통령도 이어진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고 밝혀 오바마 대통령에게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가 화학무기 포기 약속을 번복하면 무력 사용과 제재 등 상응하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아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강제력 부과 방안에 거부하는 러시아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다자주의적 개입주의와 외교적 해결 노력은 2009년 출범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견지해 온 국제정치 노선이다. 한때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했지만 지금은 과도한 군사 개입과 경제 위기로 국제정치 무대에서 상대적인 힘의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고려한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 다시 3대 노선을 강조한 것은 시리아 사태 대응과정에서 제기된 국내외 논란을 정리하고 향후 이란 핵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등에 필요한 정책 지침을 천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여전히 ‘예외국가’이며 지구촌 곳곳의 문제에 간여할 수밖에 없다는 ‘개입주의’ 원칙을 천명한 것은 시리아 공습 여부를 둘러싸고 국민 내부에 팽배했던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 경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자주의’의 효용성을 크게 강조한 것은 미국 혼자 국제사회의 평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동시에 ‘옛 냉전 시대의 적’인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서방 측 파트너들의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은 냉전시대가 아니고 (시리아 사태 해결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협력을 요구했다. 또 “로하니 대통령의 선언에 대해 유럽연합(EU)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과 긴밀히 협조할 것을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