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호주-獨 등 우파정당 잇단 승리… 좌파 텃밭 남미-북유럽서도 강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보수정당인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우파 연합은 22일 독일 총선에서 하원 630석 중 311석(득표율 41.5%)을 차지했다. 이는 메르켈 총리가 치른 3차례 총선 중 가장 높다. 2005년과 2009년 총선에서 보수 연합의 득표율은 각각 35.2%와 33.8%에 그쳤다.
9일 노르웨이 총선에서도 보수당 등 우파계열 4개 정당이 96석을 차지해 노동당 등 3개 좌파 정당(72석)을 눌렀다. ‘복지 천국’ 북유럽에서 우파 정당의 승리는 이례적이다. 노르웨이의 우파 정부 집권도 2005년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극우 성향의 진보당이 집권 연정에 참여한 것은 1973년 창당 이후 최초다. 노르웨이 보수당은 소득세 인하, 국영기업 민영화 외에도 석유 기금을 예산으로 지원하는 비율을 늘리겠다고 공약해 표심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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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호주 총선에서도 토니 애벗 자유당 대표가 이끄는 보수 야당 연합이 6년 만에 승리했다. 자유당은 해상 난민 차단, 탄소세 및 탄광세 폐지 등 다소 과격한 정책을 내세웠지만 재정적자 확대, 실업률 상승 등 현 정권의 경제경책 실패를 집중 부각시켜 낙승했다.
7월 일본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일본 집권당이 참의원(상원)과 중의원(하원)을 모두 장악한 것은 2001∼2006년 집권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 이후 처음이다.
4월 파라과이 대선에서도 중도우파 콜로라도당의 오라시오 카르테스 후보가 승리했다. 같은 달 대선을 치른 베네수엘라에서도 ‘남미 좌파의 거두’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대행이 우파 야당 후보를 불과 1.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파라과이의 정권 교체와 베네수엘라 좌파 지도자의 신승은 좌파 정권이 대부분인 남미의 정치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이 집권 중인 프랑스에서도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인기가 상승해 내년 3월 지방선거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 34%가 “국민전선의 주장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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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수 정당의 집권은 필연적으로 역내 갈등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상당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엔 약세로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로 민심을 얻은 일본 자민당은 위안부 부정, 평화헌법 개정 등 노골적 우경화 정책을 펼치며 한국, 중국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등으로부터 유입되는 난민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호주 자유당도 이들 나라와의 갈등이 심하다.
유럽연합(EU)의 주축 국가인 독일은 그리스 구제금융, EU와 중국의 무역마찰 등 EU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EU 집행위원회와 충돌하고 있다. 그리스 등은 독일의 추가 지원으로 유럽 재정위기를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독일 유권자들은 자신의 세금으로 그리스에 돈을 대주는 것에 반감이 심하다. EU와 중국 간 무역마찰 과정에서도 EU 집행위는 강한 대중국 제재를 주장하고 있으나 수출을 중시하는 독일은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의 마찰을 꺼리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