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 LG 김기태 감독의 성공시대“수비작전 경험-이해 부족” 통념 깨감독이 전권 휘두르던 시대 가고, 분야별 전문코치 협업 흐름 반영
프로야구 LG가 지난해도 ‘내팀내(성적이 내려갈 팀은 결국 내려간다)’ 징크스를 깨지 못하자 팬들은 김기태 감독(43·사진)의 ‘출신성분’까지 트집 잡았다. 하지만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올해는 이 얘기가 쑥 들어갔다.
김 감독은 2011년 프로야구 30주년 기념 ‘레전드 올스타’에 지명타자로 뽑혔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역사상 지명타자로 올스타에 가장 많이(7번) 뽑힌 선수였고,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횟수 역시 양준혁(현 SBS-ESPN 해설위원) 홍성흔(두산)과 함께 4번으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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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만 하는 지명타자는 수비 전술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수비보다 타격이 중요한 외야수도 그렇다. 김정준 SBS-EPSN 해설위원은 “투수도 던지기만 하지만 경기의 70%를 좌우하는 데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제일 잘하고 잘 아는 부류가 많다”며 “포수는 말할 것도 없고 내야수도 팀 전술에 깊이 관여하지만 외야수나 지명타자는 그렇지 않아 감독 자리를 맡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외야수가 이 정도니 지명타자 출신이 프로야구 감독 하마평에 오르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김용희(내야수) 유승안(포수) 전 감독도 지명타자로 골든글러브를 탄 적이 있지만 전문 지명타자 출신 프로 사령탑은 김 감독이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 김 감독의 성공기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감독이 모든 걸 일일이 점검하고 지시하는 ‘헤드코치’ 체제에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가진 코치들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감독은 팀 전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매니저’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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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