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분양 아파트 계약자 얘기 들어봤습니다
○ “전세 목돈 구하다 지쳐서”
본보는 최근 신규 분양한 전국 아파트 3곳에서 10∼12일 집을 구매한 계약자 5명을 통해 주택 수요자들의 달라진 구매심리와 시장 전망 등을 짚어봤다.
○ “취득세 감면에 끌려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의 맞벌이 주부 김모 씨(37)도 전세난에 지쳐 내 집 마련에 나섰다. 그는 4년째 살고 있는 전셋집 보증금을 이미 4000만 원 올려줬다. 인근에 사는 언니는 기존 전셋집을 빼주고 100m²대(30평형대) 전세를 찾아 다녔지만 허탕만 쳤다.
“중소형 전셋집을 못 구한 언니가 ‘울며 겨자 먹기’로 대형으로 옮기는 걸 보니 저도 집을 사두지 않은 게 후회되더군요. 나중에 세놓기도 좋고, 팔기도 쉬운 소형 매물을 찾던 중 서울 도심에 전용 59m² 새집이 나온다고 해 바로 샀죠.”
○ “노후를 위해서”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전세를 사는 김정철 씨(43)는 40대 중반을 앞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지금 모은 돈으로도 한강변의 중형 아파트 전세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데 집이 남아도는 시대에 대출받고 세금까지 내면서 굳이 집을 사야 할까….”
▼ “저금리 대출 - 취득세 인하 - 양도세 면제 약발” ▼
고민 끝에 김 씨는 “앞으로 직장을 10년도 채 못 다닐 텐데 나이 들어 전셋집을 옮겨 다니느니 노후를 위해서라도 내 집이 있어야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미분양이 많은 수도권 외곽보다 뉴타운, 재개발이 한창인 서울 도심을 눈여겨봤다. 그중 최근 개발이 취소된 다른 뉴타운과 달리 상대적으로 사업추진이 잘되는 왕십리뉴타운을 택했고, 1구역 텐즈힐 전용 59m²를 4억9000만 원에 계약했다.
지난달 말 본보기집 오픈 때부터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이 등장한 이 아파트는 이미 1500만 원의 웃돈이 붙었다.
“본보기집을 가보니 몇 호에 당첨됐느냐, 웃돈을 더 주겠다고 중개업자가 붙잡더라고요. 어차피 살 집이니 개의치 않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 “공공기관 이전 특수도 있다는데”
광주 광산구에 사는 김은경 씨(33·여)는 ‘재테크 수단’으로 새집을 분양 받았다. 전남 나주시 산포면에 조성 중인 광주전남혁신도시의 우미린 아파트(전용 84m²·2억1000만 원)다. 주변에서는 “광주시내도 아닌데 분양가가 2억 원이 넘느냐”고 놀랐지만 김 씨는 “투자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전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고소득자들이 옮겨오면 적어도 2000만∼3000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며 “1년 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부동산에 관심 있는 젊은층이 많이 투자했다”고 귀띔했다. 혁신도시 이전 기관들이 속속 사옥 신축에 들어가면서 이미 지난해에만 나주시 아파트 공시가격은 10% 이상 뛰었다. 올 들어 수도권 집값이 1.8% 이상 떨어지는 동안 광주 아파트 매매가는 1.4% 오르며 침체를 비켜갔다.
김 씨는 “3, 4년 동안 광주 집값이 4000만∼5000만 원 올랐는데 8·28대책 이후 일주일 새 또 1000만 원 오른 곳이 많다”며 “집값 상승을 감안하면 5년 양도세 면제가 굉장히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 “월세 수익이 괜찮을 것 같아서”
3년 전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판 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부모님 집으로 들어간 자영업자 조재성 씨(44)는 처음 ‘투자 목적’으로 집을 샀다. ‘래미안 부천 중동’ 전용 70m²를 3억7000만 원에 계약한 그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월세를 놓을 계획이다.
“8·28대책으로 민간임대 사업자 혜택이 확대됐고 최근 부동산경기도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아 임대수익형 부동산을 알아봤죠. 중동은 오피스텔 공실도 낮고, 낡은 아파트가 많은 1기 신도시라 새집을 찾는 사람이 많더군요. 월세 수익이 괜찮을 것 같아요.”
조 씨는 “한동안 집 사는 걸 포기했는데 저금리 대출부터 취득세 인하, 양도세 면제까지 정부 정책이 주택 구매를 지원하는 기조로 바뀌니까 생각이 변하더라”며 “다주택자가 마음 놓고 집을 팔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전세난 해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임수·김준일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