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고생자원봉사자대회 장관상 수상자 4명이 말하는 담대한 포부
제15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장관상 수상자들은 각자 다른 지역에서 다른 활동을 했어도 봉사에 대한 열정은 한결같았다. 이들은 “봉사를 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왼쪽부터 염하룡 군(17), 이지숙 양(20), 정보경 양(18), 봉준한 군(15).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웃 어린이들과 마을담장 그림 그려요”
탈북 청소년 염하룡군
서울 종로구 동성고 2학년 염하룡 군은 그룹홈 ‘가족’에서 생활하는 탈북 청소년이다. 2006년 탈북한 그는 처음엔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소외됐다. 그러다 중학교 사생대회에서 입상하고서는 자신감을 찾았다. “사생대회 수상으로 학교에서도 인정받고 또래들과도 잘 어울리기 시작했죠. 어렵고 소외된 아이들도 저 같은 경험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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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꿈은 마을을 짓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 정릉4동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이유다. 주택 담장에 직접 벽화를 그리며 이웃들과 교류하는 프로젝트다. 그는 자신이 떠나온 함남 함흥의 고향 마을을 꿈꾼다. “여기는 이웃 간 소통이 잘 안 돼요. 마을 사람 모두가 대소사를 함께하고 가족처럼 생활했던 고향처럼 마을을 꾸려 보고 싶습니다.”
“장애로 집단 따돌림… 양로원 봉사로 치유”
폐지 줍는 이지숙양
경북 고령군 대가야고 3학년 이지숙 양은 연골무형성증을 앓고 있다. 키가 유난히 작지만 3년째 경북 고령군 양로원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왔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됐다 영구 귀국한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어렸을 땐 장애 때문에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키 작다고 수군대는 소리에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다. 중학교 때 마음의 문을 닫고 있던 이 양은 학교 선생님이 건네준 책 2권에 눈을 떴다. ‘오체불만족’과 ‘청춘아,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였다.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의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는 일부터 시작했죠.”
그는 폐지와 고물을 주워 판 돈으로 양로원 후원금을 내기도 한다. 이 양은 “폐지와 고물을 주울 때는 ‘부모가 없나’ 하는 오해의 시선이 힘들었지만 어르신들 생각에 극복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양로원과 보육원을 나란히 짓는 꿈을 꾼다. “사회복지사가 돼 외로운 어르신들,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고령화시대도 대비하고 해외 입양도 방지하고 얼마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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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봉사단’ 대표 정보경양
경남 거창군 거창여고 3학년 정보경 양은 거창여고 봉사활동 동아리 ‘거점봉사단’의 대표다. 거창지역 6개 고교 중 4개교의 학생들이 모여 만든 봉사단이다. 페이스북, 카카오톡을 통해 자원봉사활동을 상담, 개발, 연계해 준다. “평소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잘 모르는 학생이 많아요. 기관을 찾아가기 부담스러워하는 친구들을 돕고자 시작했습니다.”
봉사단은 각 학교를 찾아가 장래 희망, 희망 활동을 물어보며 일대일 상담으로 맞춤형 봉사활동을 추천해 준다.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학생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회의 장소도 카카오톡 채팅방이다. 봉사활동은 태풍 피해 복구작업에서부터 포도 따기, 사과 따기까지 정기, 수시 등으로 다양하다.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다.
7월 열린 거창국제연극제 때는 부스를 10여 개 설치해 지역 주민들과 피서객 관객 외국인들에게 자원봉사활동을 알렸다. “봉사활동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고 내면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사회복지사가 돼 힘든 아동 청소년들을 돕는 게 꿈입니다.”
“복지관 어린이들과 오케스트라 창단할 것”
청소년 연주단 이끄는 봉준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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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푸른별 단원들은 장애영아원에서 뽀로로 주제곡, ‘마법의 성’을 연주해 주곤 한다. 본 공연이 끝나면 중증장애 아이들의 방에 일일이 찾아가 작은 공연도 한다. 용돈을 모으고 악기회사의 후원을 받아 음악을 접하기 힘든 지역아동복지관 어린이들에게 악기를 하나씩 선물하기도 했다. “올해는 복지관 어린이들과 정식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합니다.”
그의 꿈은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품은 따뜻한 마음을 나눠 줄 수 있을까요. 지금은 음악으로 나누지만 나중엔 제가 직접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