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융합 지원하는 ‘한국형 창조경제’ 접근방식 독창적”창조경제 창시자 英호킨스 대표-산업부 김재홍 제1차관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존 호킨스 영국 창조경제연구소 대표(가운데)와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오른쪽)이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의 사회로 창조경제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호킨스 대표는 대담에서 “창조경제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정부가 리더십을 가지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창조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정부는 ‘융합’을 꼽는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 제조업에 더이상 과거와 같은 빠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만큼 전자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기술과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해 단시간 내에 부가가치를 높여 제조업의 정체를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한국 산업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산업통상자원부 김재홍 1차관과 창조경제의 창시자 존 호킨스 영국 창조경제연구소 대표는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좌담회를 갖고 한국 창조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이 사회를 본 이날 좌담회는 10일 산업부가 개최한 ‘2013 산업 융합 국제 콘퍼런스’의 일환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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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 원장=먼저 창조경제의 개념과 범위부터 얘기를 나눠보자. 한국에서는 산업 융합 촉진을 통해 어떻게 창조경제를 구현할 것이냐가 화두인데 현 시점에서 창조경제의 개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존 호킨스 영국 창조경제연구소 대표
▽김재홍 차관=한국에서 창조경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창출하는 경제성장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노동과 자본 등 요소 투입 중심의 경제 체제였지만 지금은 창의성과 혁신성이 중요한 상황이 됐다. 또 한국 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한계에 부닥치고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추격형 경제였지만 이미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 규모가 되다 보니 이런 체제로는 더이상 성장이 어렵다. 선도형 경제로 전환해 가야 하는 상황과 맞물려 창조경제가 등장한 것이다.
▽조=산업 융합에 있어서 한국의 현재 위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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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는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 경제 차원의 부가가치만큼 개인의 부가가치도 중요하다. 창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상력의 개발이다. 각 개인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이해하고 이런 요구들을 반영하면서 창업하는 과정 등을 통해 창조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창업은 한국에서도 중요한 이슈인데 개인의 발전과 삶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어야 한다.
김재홍 산업부 제1차관
○ 정부 리더십으로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해야
▽호킨스=과거 미국과 유럽에서 기업들, 즉 공급자가 주도하는 융합이 주류였다면 10여 년 전부터 새로운 형태의 융합이 출현했다. 사용자의 욕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용자 주도형 융합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의 혁신은 이런 사용자의 역할이 주도적이었는데 이는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바뀐 큰 변화다. 이런 점에서 어떻게 사용자 주도형 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을 조성하느냐는 것이 문제다. 이는 모든 나라가 직면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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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킨스=정부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창조경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에서는 1997년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영국의 미래는 창의성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젊은 세대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할 때 부모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사회적 풍토가 바뀌려면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책에 대한 감독과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 역시 강조하고 싶다. 교육, 훈련, 세제 등 정부 정책에 대한 감사가 효과적으로 잘 이뤄져야 창조경제가 바로 나갈 수 있다. 또 신중하게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지원을 해줌으로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 좌담회 참석자
○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 원장(56)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K텔레콤 부사장, SK브로드밴드 사장 등을 지냈다. 2010년부터 산업부 R&D전략기획단의 정보통신 매니징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올 4월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에 취임했다.
○ 존 호킨스 창조경제연구소 대표(68)
2001년 펴낸 저서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에서 처음 창조경제의 개념을 제시한 영국의 경영전략가로 창조경제의 전도사로 불린다. 2006년부터 창조경제연구소 대표를 맡아 경영전략과 창조경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영국 링컨대와 중국 상하이희극학원의 방문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55)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20여 년간 산업과 기술 분야를 두루 거친 산업자원, 정보기술(IT) 분야의 정책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2011년부터 올 초까지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성장동력실장으로 일하면서 산업융합촉진법 제정 등 융합산업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주도했다.
정리=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