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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생산력을 키울 것인가, 구매력을 키울 것인가

입력 | 2013-09-03 03:00:00


《 “오늘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아담 스미스를 경제학의 창시자로 추앙하면서도 그가 탁월한 심리학자였다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알아도 무시한다.” 》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이정전·토네이도·2012년)

같은 정보인데도 ‘식품첨가물 5% 미만’과 ‘95% 이상 천연 재료 사용’이라는 문구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소비자. ‘경쟁을 통한 성장’을 부르짖으면서 뒤로는 담합과 유착을 시도하는 기업. 저자는 이처럼 시장경제가 경제학이 예측한 것처럼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들을 심리학의 요소를 도입해 지적한다. 경제학이 지나치게 숫자와 수학에 함몰되다 보니 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인간의 심리나 본성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좌파 성향의 경제학자이지만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소비자를 꾸짖기도 한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을 지낸 독특한 이력의 저자는 특히 환경과 경제가 접목된 이슈에 대해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은 1달러어치를 생산하는 데 소모되는 전력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7배, 일본의 2.8배에 이를 정도로 전력 낭비가 심하며, 그로 인해 경제 규모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아졌다고 분석한다. 그 근본적 원인이 지나치게 값싼 전기요금에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에 ‘이 세상에 공짜 도시락은 없다’는 말이 있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대가를 지불하느냐이다. 높은 전기요금으로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 아니면 세금으로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 어떤 형식으로든 대가를 치러야 함에도 대부분의 국민은 전기요금 인상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해서 부담해야 할 천문학적 세금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부의 편중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 가운데는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과 들어맞는 부분이 발견된다. 저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쪽으로 쏠린 돈을 서민층까지 흘려보내 구매력을 높여 내수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고용률을 높이고 그로 인해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일으키려 하는 미국의 정책과 닮았다.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듯이 생산력 하나만으로는 자본주의 경제가 흥할 수 없다. 경제 전체로서 생산력(공급)과 구매력(수요)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그 경제는 날아오를 수 있다. 공급과 수요는 자본주의 경제의 양 날개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