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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의원들 이석기 집무실 봉쇄… 보좌진은 문서 파쇄

입력 | 2013-08-29 03:00:00

[통진당 10명 내란음모 혐의]긴박했던 동시다발 압수수색




뭘 없애고 있을까 28일 국가정보원의 압수수색이 시작되기 직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문을 잠근 상태에서 문서파쇄기에 서류를 집어넣고 있다. 문화일보 제공

28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국가정보원 수사관 20여 명이 국회 의원회관 520호 이석기 의원실에 들이닥쳤다. 하지만 이미 이 의원실 보좌진이 문을 걸어 잠근 상태여서 수사관들은 곧바로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압수수색 정보를 미리 파악한 보좌진이 각종 문서를 파쇄하는 등 증거 인멸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통합진보당 측은 “일상적인 파쇄작업을 했을 뿐 비밀 문건을 없애고 있는 것처럼 오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 의원회관 사무실서 국정원-통진당 대치


통진당 홍성규 대변인은 수사관들이 도착한 직후인 오전 8시 20분 국회 본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이 2013년판 유신독재 체제를 선포했다”며 “대선 부정선거 의혹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대신 색깔론과 공안 탄압이라는 녹슨 칼을 빼들었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던 국정원 수사관들이 강제로 열고 들어가려 하자 그제야 보좌진은 잠금장치를 풀었다. 이들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지만 “변호사가 오기 전까지는 들어올 수 없다”며 버텼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들과 보좌진 사이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사관들은 결국 의원실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이후에도 보좌진의 협조 거부로 압수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사관들이 의원실로 들어간 직후 이정희 통진당 대표를 비롯해 같은 당 소속인 김미희 김선동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의원과 보좌진이 속속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김선동(519호) 김재연(523호) 오병윤 의원(521호)은 이석기 의원과 바로 옆 사무실을 쓰고 있다. 이들은 이 의원 집무실 앞에 간이의자를 놓고 앉아 “이번 수사는 공안탄압이자 용공조작”이라며 압수수색을 막았다. 이 대표는 의원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부정선거로 위기에 내몰린 청와대와 해체 직전의 국가정보원이 유신시대에 써먹던 용공조작극을 다시 21세기에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지난해 CNC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 사건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국회 밖 사무실을 압수수색당한 이후 중요한 문서 작업은 압수수색이 쉽지 않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해온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국정원 수사관들은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10여 시간 동안 대치상황을 이어갔다. 압수수색 영장의 유효기간은 다음 달 4일까지인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대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집무실에는 이 의원이 평소에 쓰던 컴퓨터와 일부 문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진당은 이 의원실뿐 아니라 각 시도당에서도 국정원의 압수수색을 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방해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으로, 수사관들은 통진당 당직자들을 현장에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해 체포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급적 만들지 않으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통진당 측이 이를 빌미로 트집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이석기 의원 자택 수색에 몸싸움·고성·욕설

국정원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이석기 의원 자택에서 노트북 1대, 휴대전화 4대, SD 메모리카드 등 10여 점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노트북에 들어있는 일부 파일은 암호화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오전 6시부터 실시될 예정이었던 압수수색은 이를 저지하려는 통진당 관계자와 자택 안으로 진입하려는 국정원 요원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다소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동시에 밤늦게까지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이곳은 당초 이 의원의 아버지가 사는 곳으로 알려졌지만 아파트 경비원은 “3월부터 5월까지 이 의원 혼자 살았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5월이 지나서는 이 의원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5월 이후에는 사람이 살지 않은 것 같았고 가끔 60대 남성이 들렀다”고 말했다. 이 경비원은 “(이 의원이) 보통 오전 6시 반에 집을 나서 오후 11시쯤 들어왔다. 인사를 해도 좀처럼 대꾸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사회동향연구소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빌딩에도 오전 8시 국정원 수사관 10여 명이 들이닥쳤다. 이곳은 이 의원이 대표를 맡아 선거 여론조사 등을 했던 곳이지만 사무실 문에는 문패나 간판이 달려 있지 않았다. 바로 옆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 연구소가 뭐하는 곳인지 전혀 몰랐다”며 압수수색 상황을 신기한 듯 지켜봤다. 국정원 측은 안에서 문을 열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문고리를 부수기 위한 쇠뭉치를 가져오기도 했다. 한 국정원 수사관은 “서류뿐 아니라 혐의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통진당 당직자나 연구소 직원들 대부분이 압수수색에 비협조적”이라고 말했다.

최창봉·김수연·김성모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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