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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수다의 홍수속에 관객은 외롭구나

입력 | 2013-08-27 03:00:00

연극 ‘이단자들’ ★★☆




연극 ‘이단자들’에서 열연하는 서이숙 신문성 이태린(오른쪽부터). 문화아이콘 제공

중학교 2학년 때쯤 중간고사 국어 객관식 문제. 다음 중 연극의 3요소는? 정답은 ‘희곡 배우 관객’. 선생님은 다른 보기에 이 셋 중 하나를 빼고 4번째 요소인 ‘무대’를 넣어 학생들을 유혹했다.

희곡과 배우는 필수. 헷갈리는 건 관객과 무대였다. 결여된 상태를 차례로 상상해보면 더듬더듬 선택이 가능했다. 무대 없는 연극은 존재한다. 무대를 얻지 못한 수많은 배우들이 세계 곳곳의 거리에서 공연을 펼친다. 그들이 집안에서 공연하지 않고 거리로 나가는 것은 잠재적 관객인 행인들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희곡 속 이야기가 배우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돼 수많은 이해와 소통을 낳을 때 하나의 연극이 완성된다.

2008년 제45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수상자인 박혜선 연출(42)이 새로 규합한 극단 사개탐사의 창단공연 ‘이단자들’은 눈길 가는 희곡과 배우를 갖췄다. 원작은 영국 일간 이브닝스탠더드가 주최하는 시어터어워드에서 2011년 최우수 희곡상을 받은 ‘The Heretic’. 매력적인 발성의 서이숙(45)과 베테랑 류태호(51)가 무게중심으로 자리한 출연진에도 신뢰가 간다.

큰 줄기는 지구온난화 관련 연구가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조작된 것임을 밝히는 이야기다. 그 상황을 둘러싼 인물들의 러브스토리와 갈등을 양념으로 덧붙였다. 전문용어가 적잖이 들어간 엄청난 분량의 대사를 막힘없이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역량이 놀랍다. 15분의 인터미션을 제외한 150분 내내 쉬지 않고 수다를 쏟아낸다.

하지만 영국 요크대 연구실 구성원과 교수 가족의 일상적 수다가 길어질수록, 서울의 관객은 어쩐지 외로워진다. 시시때때 둥치를 압도하는 곁가지도 ‘내가 왜 이 이야기를 듣고 앉아 있는 것인지’ 혼란을 가중시킨다. 독특하지만 그만큼 낯선 소재임을 감안해 곁가지를 과감히 덜어내고 하나의 이야기에 밀도 높게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쾌적한 공연장과 꼼꼼한 디테일의 무대세트가 한층 아쉬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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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빈 작, 장선우 신사랑 출연. 9월1일까지 서울 서강대 메리홀. 2만∼3만5000원. 1666-5795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