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활 논설위원
올해 3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공개 때 신고한 재산은 30억 원에 가깝다. 부동산 공시지가가 실거래가보다 낮으므로 실제 재산은 더 많을 것이다. 권력과 재력을 함께 감안하면 한국에서 최상위 1%, 어쩌면 0.1% 안에 들어갈 파워엘리트다.
승승장구하던 박영선이지만 요즘은 심사가 그리 편할 것 같지 않다. 주간 미디어워치는 그가 1999년 서강대 언론대학원에서 받은 석사 학위 논문이 최양수 연세대 교수와 이인용 삼성 사장의 논문과 기고문을 대거 짜깁기한 표절 논문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박 의원은 최근에는 논문 검증을 의식해서인지 석사 학위 취득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도 있다”면서 “고위 공직자가 자기 학력을 깎아내리는 하향식 학력 은폐의 첫 사례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박영선은 아직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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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물의를 빚었던 막말 파문도 두고두고 부담으로 남을 악재다. 그는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조사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아 “국회의원에게 이럴 수 있어? 저게 국정원장이야?” “왜 째려보느냐”는 폭언을 퍼부었다. “국회의원 참 대단하네”라며 ‘의원님 특권의식’에 고개를 흔드는 사람이 많았다. 유교적 전통을 지닌 한국에서 아무리 정치인이라도 16세나 많은 69세의 공직자에게 그런 막말을 내뱉는 돌출 행동에 박수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박영선은 그동안 ‘상위 1% 특권층’을 공격하고 사회정의를 강조했다. 서민층의 아픔을 대변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재산 수십억 원대의 부유층이자 ‘갑(甲) 중의 갑’인 그의 말이 아니라 삶을 들여다보면 ‘글쎄올시다’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그의 남편은 미국 시민권을 가진 잘나가는 한국계 미국 변호사로 국내외 유명 로펌에서 일했다. 역시 미국 시민권자인 10대 아들은 연간 학비가 3000만 원이 넘는 서울의 이름난 외국인학교를 나와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2009년에는 박영선 등 일부 의원이 임시국회 회기 중 부부 동반으로 태국행 골프외유를 떠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서민, 정의, 진보, 평등한 세상 같은 말을 자주 하면서 정작 본인과 가족은 누릴 것 다 누리고 챙길 것 다 챙기며 배부르게 살아가는 정치인이나 지식인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말과 행동이 완벽히 일치하는 인간은 드물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실속과 명예를 모두 거머쥔 채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팍팍한 순진한 국민을 현혹하고 선동해 질곡으로 몰아넣는 것은 단순한 위선을 넘어 죄악에 가깝다. 이는 좌우 이념이나 여야 정파를 떠나 최소한의 인간적 양식(良識)에 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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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