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2012년 全계열사 고용 분석
동아일보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활용해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10여 년간의 30대 그룹 일자리 동향을 분석한 결과 그동안 일자리 확대에 앞장섰던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위험 신호가 포착됐다.
○ 주요 그룹 일자리 증가 속도 ‘주춤’
삼성을 포함한 4대 그룹 전체의 일자리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2010년 12.3%, 2011년 14.6%로 빠르게 늘어난 4대 그룹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3.3%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전체 상용근로자 증가율(4.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2011년만 해도 4대 그룹 임직원 증가율은 상용근로자 증가율(5.7%)의 2.5배에 달했다.
30대 그룹 전체로도 임직원 증가율은 2011년 12.3%에서 지난해 4.3%로 크게 떨어지며 상용근로자 증가율 수준에 근접했다. 30대 그룹이란 매년 순위가 바뀌는 1∼30위 대기업 집단을 뜻하기 때문에 특정 그룹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30대 그룹 전체가 창출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30대 그룹 계열사가 2011년 말 1220개에서 작년 말 1185개로 줄어든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부영, 동국제강, 두산, 대우조선해양 등은 지난해 임직원 수가 줄어들었다. 한국GM, 동부, 에쓰오일, OCI, 현대그룹 등의 임직원 수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조선, 철강, 해운, 건설, 태양광 등 최근 부진을 겪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들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기업이 국내에서 고용을 늘리는 대신 설비 투자에만 집중하거나 해외 투자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며 “사회적 타협을 통해 높은 인건비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통 서비스업 일자리에도 빨간불
매출액이 증가할 때 고용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고용계수에선 본보가 2002∼2011년을 기준으로 벌인 지난해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유통 서비스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이 두각을 나타냈다. 2003∼2012년 3만30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든 CJ는 2.8로, 고용계수를 산출할 수 있는 24개 그룹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신세계(1.8)가 3위, 롯데(1.1)가 6위, 현대백화점(0.8)이 7위에 올랐다.
그러나 CJ와 신세계의 고용계수는 지난해 조사 때보다는 모두 크게 하락했다. 매출이 100억 원 늘어날 때마다 신규 채용하는 인원이 CJ는 2002∼2011년 36명에서 2003∼2012년 28명으로, 신세계는 29명에서 18명으로 줄어들었다. 롯데그룹은 작년 조사 때보다 증가했지만 증가 폭이 0.1포인트에 그쳤다.
고용계수 하락은 기업의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매출이 늘어도 일자리는 증가하지 않는 ‘일자리 불임(不姙)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본보 조사에 포함됐던 20개 그룹 가운데 14곳의 고용계수는 작년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은 1.0에서 0.6으로 떨어졌다. 고용계수가 눈에 띄게 높아진 그룹은 신용카드, 자동차 렌털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한 KT(1.1→2.1) 한 곳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