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완 사회부 차장 cha@donga.com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엄마의 알코올 의존증만큼이나 걱정이 된 건 아들의 스마트폰 중독이었다. 오전 8시 스마트폰 게임에 파묻혀 있는 초등학교 3학년생의 두뇌에는 “식사하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술 냄새 풍기는 엄마의 목소리는 스마트폰 화면에 구현된 자신의 세계를 침범하는 ‘짜증나는’ 대상일 뿐이다. 게다가 손찌검까지 했으니 경찰에서 진술한 것처럼 “홧김에 신고”해야 할 현행범이었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알코올 의존증과 경찰 신고라는 두 가지 팩트를 빼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닥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남는다. 일상에서 너무 쉽게, 자주 관찰할 수 있는 장면이다. 문제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생 6명 가운데 한 명꼴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잠을 못 이루거나 밥을 먹지 못하고 불안과 초조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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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스마트폰 중독자로 이끄는 건 사실 부모들이다. 당장 식당에만 가도 알 수 있다. 부모에게 스마트폰은 울거나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는 최고의 수단이다. 아이들은 수다를 떠는 부모들 곁에 얌전히 앉아서 스마트폰 화면을 주시한다. 어른들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다른 손님에게 폐도 끼치지 않는다. 자녀가 스마트폰의 즉각적 응답체계에 순응해가는 걸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하는 황당한 부모도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파놓은 중독의 늪에 빠져들어 간다.
미디어중독예방센터 상담사들은 “뇌가 발달하는 어린 나이에 스마트폰에 빠져들수록 중독의 폐해도 크다”고 말한다. 만으로 아홉 살짜리 아들에게 고발당한 수원 사건의 엄마는 어쩌면 이런 원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지완 사회부 차장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