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오보에 연주자로 베를린필 2년 인턴십 합격김 클라리넷 해석력 탁월… 英서 음악학전공 준비
목관 연주자로 한국 클래식의 기대주로 꼽히는 오보에 연주자 함경(왼쪽)과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 12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이들은 “오보에는 솔직한 호소력이 매력적이다”, “클라리넷은 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까지 표현할 수 있는 음역대가 넓어 감정 표현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함경은 5월 베를린필하모닉 아카데미 오디션에서 4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돼 9월부터 2년간 베를린필에서 연주하게 됐다. 일종의 오케스트라 단원 인턴십으로 이미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베를린필의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연주에 참여했다. 김한은 일본 국제 클라리넷 페스티벌, 서울국제음악제 등 국내외 음악 행사에 최연소 참가자로 러브콜이 쏟아진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디토 페스티벌에서 한 무대에 서면서. 악기는 다르지만 서로의 이름은 잘 알고 있던 참이었다. 디토 앙상블의 20, 30대 형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금세 친해졌다. 이들은 조성현(플루트), 리에 고야마(바순)와 함께 ‘파이츠 목관 앙상블’을 결성해 실내악 연주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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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각각 한여름 서울 무대에서 자신이 짠 프로그램으로 연주회를 연다. 함경은 22일 오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한중 수교 21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중국 피아니스트 자란과 듀오 무대를 꾸민다. 김한은 27일 오후 8시 서울 상일동 강동아트센터의 ‘라이징 스타’ 공연에서 플루티스트 조성현, 피아니스트 박종해와 연주한다.
젊은 목관 연주자들은 20세기 작곡가의 곡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함경은 영국 작곡가 에드윈 요크 보엔의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벤저민 브리튼의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템포럴 변주곡을, 김한은 독일 작곡가 외르크 비드만의 재기 넘치는 ‘독주 클라리넷을 위한 판타지’를 골랐다.
함경은 선곡에 대해 “피아노와 오보에가 함께 빛나는 곡”이라고 했고, 김한은 “2년 전 비드만을 직접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자신이 클라리네티스트이기도 해서 여러 테크닉을 선보일 수 있는 곡”이라고 말했다.
함경은 11세 때 서울시향과 협연하는 오보이스트 니콜라스 다니엘의 연주를 보고 한눈에 반해 오보에를 시작했다. 서울예고 1학년 때 다니엘에게 배우기 위해 독일 유학을 떠났다. 리코더를 잘 불었던 김한은 큰아버지(김승근 서울대 국악과 교수)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클라리넷을 시작했다. 2010년 싱가포르 국립예술학교로 유학을 갔다가 6개월 만에 영국 사립고 이튼칼리지로 옮겼다. 김한은 영국 대학에 들어가 음악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본능에 충실한 음악을 넘어 논리와 해석이 튼튼한 바탕을 이루는 음악을 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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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네 집에서 형이 오보에 리드 깎는 걸 보면 정말 오보에를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리드가 잘 깎이면 하루 종일 밥을 안 먹어도 좋아하고, 잘 안 나오면 혼자서 무척 슬퍼하거든요.”(김한)
“한이는 인문계 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지식의 폭이 넓어요. 음악이론을 전공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남다르고요. 크게 될 아이라고 생각해요. (김한을 바라보며) 푸핫, 우리 너무 자화자찬한다고 남들이 뭐라고 그러겠다.”(함경)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