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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길서 브레이크 밟으면 3m 더 나가 멈춰

입력 | 2013-08-05 03:00:00

[시동 꺼! 반칙운전]
■ 악천후 상황 실험해보니



[시동 꺼! 반칙운전] 빗길 커브구간 주행실험 해보니


비 오는 날, 굽은 도로를 운전하는 것은 얼마나 위험할까.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난달 23일 경북 상주시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에서 직접 확인해봤다.

취재팀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역C자 코스에 삼각뿔 모양의 도로안전용품을 약 4m 간격으로 좌우에 8개씩 설치한 뒤 주행실험을 했다. 커브 각도는 약 30도로 일반 고속도로에서 만나는 커브보다 더 굽은 형태로 설계했다. 운전경력 21년차인 정연호 안전공단 교육개발처 교수가 운전대를 잡고 마른 노면과 물이 흐르는 노면에서 시속 40, 50km로 2번씩 약 75m 거리를 총 4번 주행했다.

시속 40km로 달렸을 때는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을 모두 아무 문제없이 달렸다. 젖은 노면에서는 주행반경이 커져 차량 오른쪽 삼각뿔에 더 바짝 붙어 달렸지만 삼각뿔을 쓰러뜨리진 않았다.

속도를 10km 올리자 결과는 달라졌다. 마른 노면에선 시속 50km로도 문제없이 달렸다. 하지만 젖은 노면의 첫 번째 실험에선 오른쪽 끝에 위치한 삼각뿔 3개를 연달아 쓰러뜨렸다. 특히 두 번째 실험에서는 조향 능력을 순식간에 상실해 차량이 오른쪽 끝 삼각뿔 3개를 들이받고 한 바퀴 돌아 완전히 경로를 이탈해버렸다.

하승우 안전공단 교육개발처 교수는 “비 오는 날에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수막현상이 생겨 조향 능력을 상실해 마치 수상스키를 타는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빗길에서는 제동 능력과 눈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능력도 크게 떨어졌다. 젖은 노면과 마른 노면을 시속 40, 80km로 달렸을 때 젖은 노면의 제동거리가 마른 노면보다 각각 3m, 4.5m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시야 정보 능력 실험은 교정시력 1.0인 서동정 안전공단 교수가 100m 길이의 코스에서 시속 30km로 달릴 때 가로 15cm, 세로 35cm인 삼각뿔에 3분의 1 크기로 써넣은 숫자를 언제부터 읽을 수 있는지 알아봤다. 서 교수는 맑을 때는 출발점에서부터 숫자를 읽었지만 호스로 비를 뿌려 폭우 상황을 가정하자 삼각뿔의 19m 앞에 도달한 뒤에야 숫자를 읽을 수 있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민경진 인턴기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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