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오늘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및 국가정보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연다. 민주당은 해외에 나간 의원들까지 조기 귀국하도록 종용하며 오늘 집회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마지막 카드로 장외투쟁을 꺼냈는데도 좀처럼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하는 데 따른 절박함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 절박함이 대선 불복 세력과의 결탁으로 이어져선 곤란하다. 그것은 ‘악마의 유혹’이다.
민주당이 집회를 여는 청계광장에서 한 시간 뒤인 오후 7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진다. 민주당은 이 집회에 동참할지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지만 사실상 민주당과 ‘시국회의’의 합동집회가 열린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민주당의 영향력과 시국회의의 동원력을 결합해 판을 키움으로써 여권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 아니라면 굳이 같은 장소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 이유가 없다.
6월 시작된 촛불집회에선 대선 불복을 의미하는 구호가 적지 않게 나온다. 민주당이 이런 집회에 들러리를 선다면 “대선 불복이나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결국 이번 장외투쟁이 국정원 국정조사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선 불복 심리에 기대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꼼수였다는 점을 자인(自認)하는 꼴이 된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엇나간 선택을 남의 일이라며 구경만 할 게 아니라 정치 복원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국 파행이 계속되고 민생정치가 실종될수록 여당의 책임론은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