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균 문화부 기자
같은 노래가 흐르는 같은 장면을 뮤지컬 무대에서는 클로즈업할 수 없다. 카메라는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이다. 배우가 발산하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전략적 편집도 당연히 없다. 무대로부터 번져 나오는 에너지와 얼마나 소통하느냐는 온전히 관객 각자에게 달렸다.
뮤지컬뿐이 아니다. 유명 협연자의 이름을 앞세운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메인 연주자만 뚫어져라 집중하는 관객은 많지 않다. “제2바이올린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앉은 여성 연주자, 내 타입이더라.” “그래? 진작 얘기하지. 못 봤네.” 공연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다. 노래에 귀 기울이는 사람,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사람, 이야기 흐름에 신경 쓰는 사람. 정답은 물론 없다. 각양각색의 취향과 목적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를 조금씩 배려하며 각자의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공연이 완성된다.
광고 로드중
그러나 할리우드를 뒤따르는 한국영화계에서는 스타 배우가 ‘왕’이다. 최근 한 TV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병헌은 “브루스 윌리스가 촬영 현장에서 감독에게 제안해 내 단독 장면을 만들어줬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감독은 두말없이 윌리스의 말을 따랐다지만 그 역시 그 장면을, 그 영화를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했을까. 최근 몇 년간의 한국영화. 같은 배우들에 감독만 계속 바뀐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외형은 순조롭게 성장 중인 것으로 보인다. 공연장과 작품 수가 부쩍 많아졌고 관객도 완만하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 그 성장세의 선두에 선 제작사의 관계자가 말했다. “작품 흥행을 보장하는 배우에게 회당 수천만 원의 출연료를 주는 상황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출연료를 캐물어서도 안 된다. 그것이 한국 뮤지컬 시장의 상도(商道)다.”
2006년 4∼6월 연극 ‘사흘간의 비’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데뷔한 세계적인 스타 줄리아 로버츠는 회당 4300달러(약 480만 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영화 출연료는 편당 2000만 달러(약 224억 원). 상도란 아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거다.
손택균 문화부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