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위장후 심각한 합병증으로 돌변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정기적으로 폐렴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서울 노원구의 한 의원에서 의사가 백신 주사를 놓고 있다. 동아일보DB
폐렴을 쉽게 정의하면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건장한 20, 30대보다는 노인이나 유아 및 소아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세균일 수도 있고 바이러스일 수도 있다. 폐렴구균이라는 세균이 가장 흔하다. 이를 포함해 병을 일으킨 원인 세균을 명확하게 밝혀낸다면 적절한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대체로 10∼14일 약물 치료를 받으면 상태가 많이 좋아진다.
얼마 전 사망한 60대 후반의 김모 씨(여) 사례를 보자. 김 씨는 감기 증세로 동네 의원을 찾았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신장병을 앓고 있었다. 투석도 여러 차례 받았다. 이 때문에 기침만 해도 몸 상태를 체크하곤 했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 감기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가슴 X-레이 촬영을 했다. 폐렴이란 진단이 나왔다. 진단이 나오기가 무섭게 호흡이 힘들 만큼 상태가 나빠졌다. 가족들은 김 씨를 급히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폐렴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사망했다.
김 씨 사례처럼 합병증 형태로 폐렴이 찾아올 수 있다. 노인이라면 이럴 때 치명적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디자이너 앙드레 김도 다른 질병에 걸려 있었지만 최종 사망 원인은 폐렴이었다.
따라서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폐렴에 주의해야 한다. 젊고 건강하다면 금세 떨치고 일어날 수도 있지만 노인은 중증으로 악화될 개연성이 꽤 높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폐렴에 걸린 65세 이상 노인의 80%가 입원한다. 폐렴 사망자의 70% 정도가 노인이다. 입원 기간도 노인이 젊은이보다 2배 정도 길다.
그렇다면 어떤 증상을 살펴야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가래가 섞인 기침이 나온다면 일단 의심하자. 열, 가슴통증,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병원을 방문하면 가슴 X-레이 촬영이나 소변항원 검사, 가래 배양 검사 등을 통해 폐렴을 진단한다.
다만 당뇨병이나 심장 환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투입한 사람은 열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노인들은 이런저런 증상 없이 식욕이 떨어지거나 무기력해지는 현상만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평소 가족들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예방접종을 하면 폐렴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하면 이 균이 원인인 폐렴은 물론이고 그 합병증인 패혈증도 예방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예방 확률은 44∼61% 정도다. 만성 알코올의존증 환자나 만성 폐 질환자에게도 60% 정도 예방 효과가 있다. 55세 이상으로 별 질병이 없는 성인이라면 예방 확률은 61∼70% 정도다.
특정 질병으로 투병하고 있는 환자들도 접종이 필요하다. △선천성·후천성 면역저하 환자 △에이즈 감염자 △만성신부전 환자 △백혈병 등 혈액종양 환자 △장기간 스테로이드 투여 환자 △장기이식 환자 △인공와우 삽입 환자 △방사선 치료 중인 환자가 그들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