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량식품과 전쟁’ 처벌 잇달아
13일 초복을 맞아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 내 한 닭집이 생닭을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국 353개 재래시장의 닭집 2000여 곳이 불량식품 단속의 집중 타겟이 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한 불량식품 단속에서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된 일선 경찰서들이 재래시장 닭집에서의 도계(屠鷄) 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에 착안해 집중단속을 벌였다.
14일 한국토종닭협회에 따르면 5월 10여 m² 규모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한 충청 지역의 한 닭집은 경찰서 3곳으로부터 거의 동시에 단속을 당했다. 협회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경찰이 1차적으로 단속을 실시했고 이후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자체를 독려해 단속이 용이한 재래시장 닭집에 집중 포화를 쏟아 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 완주군 삼례시장 닭집 8곳도 한 50대 민원인이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26차례나 고발하면서 벌금형을 받았다. 대구시내 닭집 30여 곳도 익명의 고발이 이어져 벌금형을 받았다. 한국토종닭협회 측은 “충북 청주, 전북 익산, 경북 등 전국 30∼40개 지역 재래시장 닭집이 식파라치나 민원인의 신고로 계속된 처벌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재래시장 닭집에서 닭을 잡는 것은 불법이다. 식약처는 재래시장 닭집에서 생기는 악취가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전염병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동물복지 차원에서 도계장이 아닌 곳에서 닭을 잡으면 명백한 불법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음식점에서 닭을 잡는 것은 지자체장이 허가하면 합법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공인 도계장에서는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에 맞게 냉동·냉장시설 등을 갖추고 수의사가 닭이 질병에 걸렸는지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검사관(수의사) 입회(검사)하에 인체에 무해한 CO₂가스로 안락사시키는 등 동물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출하할 때도 냉동 및 냉장을 하는 등 철저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닭의 연간 소비량 7억 마리 가운데 1000만 마리 정도가 재래시장 닭집에서 유통되고 있고 일부 닭집은 미신고 영업으로 세금탈루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량으로 유통되는 수입 냉동닭 등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라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는 재래시장 닭집을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복인 13일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을 찾은 임채연 씨(67·전남 담양군)는 “재래시장 닭집은 싱싱한 닭을 직접 고를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강문일 전남대 수의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재래시장 닭집에서 도계를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맞지만 현재는 시민들이 호응하지 않고 있다”며 “법과 현실에 괴리가 있는 만큼 재래시장 닭집 양성화나 국민 이해도를 높이는 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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