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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마음 꿰뚫은 웹툰, 만삭의 여성이 그렸다니…

입력 | 2013-07-11 03:00:00

최호진 작 ‘인기 있는 남자’




최호진 작가가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고 그려서 보내준 만화.

서른두 살의 웹 디자이너 정봉에게 대학동기 여자친구는 ‘보험’이었다. 둘은 서로 사랑하지 않았지만 외로움 달래기, 성욕 해소를 위해 만났다. 두 사람의 관계는 출발부터가 술김에 이뤄진 ‘하룻밤 사랑’이었다. 이런 관계에 싫증을 느낀 정봉은 새 출발을 다짐한다. 픽업 아티스트라 부를 만한 수수께끼 남성의 도움으로 얼굴을 뜯어 고치고 살을 빼고 촌스러운 이름까지 바꿨다. 새롭게 태어난 그는 물건 고르듯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고를 꿈에 부푸는데….

지난해 9월 연재를 시작한 인터넷 웹툰 ‘인기 있는 남자’의 스토리다. 요즘의 연애세태를 담아 젊은층의 공감을 이끌어낸 인기작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웹툰 60여 종 중 10위권이다. 이달 초에는 단행본(영컴)으로도 출간됐다.

열혈 팬 중에는 주인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남자들이 많다. 독자들이 보내는 팬레터 중에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어떻게 하면 예쁜 여자를 꼬일 수 있느냐”는 식으로 연애 노하우를 전수받으려는 남성도 있다고 한다.

8일 오후 경기 부천에서 최호진 작가(33)를 만났다. 연애에 도가 튼 바람둥이 남성일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과 달리 올해 봄 네 살 연하의 후배 웹툰 작가와 결혼한 여성이다. 게다가 배까지 부른 예비엄마이기도 하다. 최 작가는 “연재 반년 만에 여자란 사실을 알렸더니 깜짝 놀라는 독자가 많았다”며 웃었다.

울며불며 매달리는 남자에게 “우리 계산 좀 하고 살자”며 냉정하게 등을 돌리는 여자, 홀로 카페에 앉은 여성의 옷차림이나 읽고 있는 책 제목만 보고 솔로인지 여부를 가려내는 남자…. ‘선수’가 아니면 파악할 수 없는 이런 남녀관계의 디테일을 어떻게 포착하는 걸까.

최 작가는 “현실 속 남녀의 ‘찌질’하거나 추한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며 “길에서 한 남자의 휴대전화를 우연히 보니 여자의 연락처가 만난 클럽명으로 저장돼 있었다. 이런 디테일을 만화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최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은 자주 욕을 먹는다. 최근 연재분에서 정봉과 사랑에 빠진 여성이 짧은 결혼생활 뒤 별거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혼 사실을 감춘 애인이나 그녀를 ‘천박하다’며 외면하는 정봉도 입방아에 올랐다.

작가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사람이 외로우면 남보다 제 감정을 먼저 챙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다만 연애기술에 집중해 ‘인기 있는 남자’를 읽은 남성에겐 일침을 가했다.

“제 웹툰의 중심은 연애기술이 아니라 정봉의 마음과 행동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경험한 사람은 순수했던 때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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