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가정폭력 사건을 저지른 사람이 경찰관의 현장 조사를 거부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어길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경찰은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반드시 현장에 출동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전문 상담가와 함께 가야 한다.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현행범으로 체포되며 이혼 절차를 밟을 때 피해자와 대면하는 상담이나 자녀를 만날 기회를 제한받는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악 중 하나로 규정한 가정폭력은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기혼 남녀 26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부부간 폭력, 노인 학대, 자녀 학대 중 한 가지 이상을 경험한 비율이 2명 중 1명꼴이었다.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8762명으로 2011년보다 28% 늘었다. 재범률도 2008년 7.9%에서 2012년 32.2%로 4배로 증가했다.
우리 사회에는 가정폭력을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집안일 정도로 생각하는 통념이 있었다. 사법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역시 미흡했다. 가정폭력이 잦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거나, 성인이 된 뒤 범죄의 길로 빠져들 위험성이 높다. 가정폭력을 막는 게 학교폭력과 성폭력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정폭력은 집안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할 사회 문제이자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