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은 때로는 수만 마디의 말보다 더 강하다. 사람들은 기업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 특히 총수의 사진으로 그 기업 이미지를 떠올린다. 기업들이 총수의 사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 보니 총수 사진에는 많은 메시지가 담긴다. 기업의 문화와 전략, 총수의 성향도 묻어난다.
사진 전문가, 이미지컨설팅 전문가와 함께 이른바 기업의 ‘1호 사진’인 총수 사진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각 그룹이나 기업에서 찍은 프로필 사진 외에 각종 보도용 행사 사진도 분석했다. 김녕만 사진예술 대표, 사진가 박상훈 씨, 정연아 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대표 등이 도움을 줬다.
■ 딸 손잡은 이건희, 여성 경영참여 부각… 이재용은 구글CEO 감싸 불화설 진화
이 회장은 그룹 행사에 참석하거나 출국할 때 주로 카메라에 노출된다.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또는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손을 잡은 모습이 많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옆에 서는 법이 없다. 항상 몇 m 뒤에서 따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사진①). 정연아 회장은 “두 딸을 앞세우는 것은 평소 지론인 여성의 경영 참여를 부각하고 감성경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라며 “부친의 뒤에 서 있는 이 부회장의 모습에서는 후계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부친의 뒷자리에서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는 이재용 부회장은 4월 방한한 구글의 래리 페이지 최고경영자(CEO)를 만났을 때 사진기자들 앞에서 오른팔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는 포즈로 친근감을 표시했다(사진②). 예정에 없던 ‘포토타임’에 어색해하는 페이지 CEO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남긴 이 사진은 항간에 떠돌던 두 회사의 불화설을 진화하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정몽구는 생산현장으로, 정의선은 신차 발표회로… ‘내실과 미래’ 메시지 분담
정 회장의 사진은 현장에서 부하직원들과 함께 있는 게 많다. 작업복을 입고 생산라인을 살피거나 건설현장에서 손을 들어 먼 곳을 가리키는 사진들이 대표적이다(사진③). 삼성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총수 부자(父子)가 함께 등장하는 사진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모터쇼나 신차 발표회에서 발표하는 모습이 주로 공개된다. 그룹 대표 색깔인 푸른색 넥타이를 맨 양복 차림에 무선 이어마이크를 차고 열정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사진④). 강진주 소장은 “정 회장이 생산현장에서 그룹의 내실을 다지는 모습이라면 아들인 정 부회장은 신차 발표 현장에서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연계된 이미지로 차별화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용석·김창덕·장관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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