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시에서 확인으로 대처법 바꿨더니
경찰청 온라인소통계가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 글.
‘하루 전 친구와 건국대 근처 유명 주점에서 합석한 여성들의 제안으로 인근 모텔로 옮겨 술을 마셨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친구들에게 모텔 위치와 방 호수를 보내놓았다. 여성과 술을 마시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남자 2명에게 야구방망이로 폭행당했다. 다행히 친구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조사과정에서 알아보니 중국 옌볜(延邊)에서 온 여성조선족이 이런 식으로 사람의 장기를 꺼내 판다고 들었다.’
이 씨가 실명을 밝힌 데다 등장하는 업소 이름과 지명도 구체적이었다. 글은 ‘건국대 장기매매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순식간에 6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러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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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문제의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지 11시간 만인 20일 정오경 페이스북 ‘경찰청 온라인소통계’ 계정을 통해 이 같은 확인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인터넷 이용자들은 ‘관심종자(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 ‘조작글’이라며 이 씨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대체 이런 글을 지어내는 이유가 뭐냐”고 묻거나 “루머 유포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 씨는 ‘해명하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경찰의 언론 플레이다. 경찰서에 찾아가 따지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곧 관련 글을 모두 삭제하고 더이상 글을 쓰지 않고 있다. 본보의 사실 확인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 씨의 글처럼 온라인상에는 온갖 종류의 엽기적 사건을 소재로 한 괴담들이 떠돌곤 한다. 사법당국은 과거에는 “허무맹랑한 소리에까지 대꾸할 필요 없다”며 이를 사실상 방관했다.
그러나 최근 경찰의 대응방식이 바뀌고 있다. 온라인에 올라온 사건사고 소문을 적극적으로 확인해 진위를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실제처럼 지어낸 흉악한 사건 사고 이야기가 시민들을 불필요하게 불안에 빠뜨리고 정부와 사법당국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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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온라인소통계장 이영우 경정은 “과거엔 허위사실이라면 그저 무시했지만 그럴수록 잘못된 정보가 퍼져 적극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술 취한 승객의 장기를 적출한다는 ‘택시 장기괴담’을 들은 승객이 달리던 택시에서 갑자기 뛰어내리는 사례까지 발생하는 탓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의 ‘허위사실 유포’ 조항이 지난해 위헌 판결을 받아 괴담 유포자를 처벌할 근거는 없지만, 경찰이 적극적으로 진위 확인을 해 시민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상습적인 괴담유포 행위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규·조동주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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