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 논설위원
성장률 0%대를 사는 우리 세대나 자녀 세대를 상상해본 일이 있는가? 2050년이라면 그리 멀지도 않다. 지금 20세가 57세가 되고, 50세는 87세가 되는 해다. 지난해 한국은 2.2% 성장했다. 성장률 2∼3%대에서도 “힘들다”는 탄식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은 성장률이 1% 줄면 일자리가 5만∼7만 개가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은 늙은 대륙 서유럽의 국가들처럼 활기 없는 사회가 되고,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더 어두운 전망도 있다. 미래학자인 예르겐 란데르스 노르웨이 경영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2050년대까지 조금씩 늘다가 결국 멈추게 된다”고 예측했다. 그는 지구 환경과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는 국제 비영리기구 ‘로마클럽’의 멤버다. 세계는 앞으로 40년간 낮은 성장률을 보이다 그 후엔 침체가 고착화한다고 봤다. 기존의 생산량과 노동량을 적절히 분배하면서 현상 유지만 한다는 것이다.
변화의 기폭제는 1770년대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이었다. 그 후 200여 년 동안 1인당 소득과 인구수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 기간의 GDP 증가율이 평균 2%였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과 세계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1980년대 한국의 성장률은 평균 8.6%, 1990년대는 6.4%였다. 세계적으로는 1970년에서 2010년까지 평균 3.5%의 경제 성장을 했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정체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어쩌면 한국과 선진국들의 지난 50년이 인류 역사에서 이례적인 시기였다고 할 수도 있다.
앞으로가 문제다. 밤새워 일하고 경쟁하고 성장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이 저성장 사회를 견딜 수 있을까. 미래학자들이 예상하는 미래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대 수명이 100세를 훌쩍 넘는 고령화 사회, 게이 커플과 입양아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된 세계, 자원 고갈과 신재생 에너지의 발달 같은 것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뒤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상상해본다. 많은 사람이 하루 3∼4시간씩 75세까지 일한다. 발달된 네트워크로 24시간 세계 누구하고나 대화할 수 있다. 전기료와 교통비가 비싸 출퇴근하기보다는 재택근무를 한다. 쓰레기 처리 비용이 점점 비싸져 패스트패션보단 좋은 제품을 사서 오래 쓰고 고쳐 쓴다. 어떤가. 그리 나빠 보이는가. 경제 사회적 조건을 행복으로 만드느냐, 불행으로 만드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한국은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고 높여야 한다. 그럼에도 개인이든 사회든 저성장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준비는 필요하다. 성장이 멈춘다고 세상도 멈추는 건 아니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