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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철] 제주 자리돔… “자리삽서~ 자리”

입력 | 2013-06-04 03:00:00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주변 해역에서 갓 건져올린 싱싱한 자리돔. 더위를 이기는 최고의 향토음식으로 제주를 떠난 출향인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고향의 맛이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자리여∼, 자리.”

배에서 고기상자를 옮기는 선원들의 목소리가 갓 잡아 올린 자리돔만큼이나 싱싱하고 활기찼다. 3일 낮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은 시끌벅적했다. 아낙네들은 현장에서 지느러미와 비늘을 떼어내느라 손길이 분주했고 이를 구매한 중간 상인들은 자리돔 상자에 얼음을 채운 뒤 트럭에 실었다. 자리돔은 곧장 재래시장과 식당으로 넘겨졌다.

제주의 대표 생선 가운데 하나인 자리돔이 시즌을 만났다. 눈으로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살이 통통 올랐다. 7∼8cm에서 최고 15cm까지 크기가 다양했다. 클수록 높은 가격을 받는다. 이날 항구에서 현금 거래된 가격은 kg당 4000원에서 7500원. 어획량과 수요에 따라 그날그날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편차가 크다.

○ 산란기 고소함에 풍덩

모슬포항에서 자리돔 잡이에 나서는 어선은 20여 척. 제주에서 소비하는 자리돔 상당량을 공급한다. 과거에는 ‘테우’로 불리는 뗏목이나 풍선을 타고 원형 틀에 놓인 그물을 수중에 드리우는 방법을 썼지만 1950년부터는 배에서 작은 보트 2척을 바다에 내려서 그물을 수심 10∼20m에 깔아놓는 ‘들망(사둘) 어법’이 등장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모슬포선적 흥진호(8.5t) 강순남 선장(67)은 “요즘 한 번 출어에 200∼500kg이 잡혀 수입이 짭짤하다”고 말했다.

제주 사람들은 자리돔을 줄여서 그냥 ‘자리’라 부른다. ‘모슬포 자리’는 그중에서도 유명하다. 조류는 모슬포 앞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와 가파도 사이를 지나면서 강한 물살을 만든다. 이 일대에서 자리돔은 강한 조류를 견디며 성장하기 때문에 육질이 탱탱해지는 것. 산란을 앞둔 요즘은 기름진 맛에 먹고, 7월까지 알이 밴 시기에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 회는 물론 구이와 젓갈도 일품

제주를 떠난 출향인사들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는 초여름이면 자리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향수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생선이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20∼30년 전만 해도 ‘구덕(대나무로 만든 광주리)’에 자리돔을 담고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자리삽서(자리 사세요), 자리”를 외치는 상인이 흔했다. 서민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칼슘, 단백질 보충제로 최고였다.

비늘과 내장을 떼어낸 자리돔을 사선으로 썰어서 양념된장과 버무린 뒤 식초와 상추, 깻잎, 오이 등을 섞어 시원한 물을 부어 먹는 ‘자리물회’는 더위를 이기는 데 제격이다. 중간 크기 자리돔을 통째로 소금에 절여 그늘진 곳에 두었다가 가을에 꺼내 먹는 ‘자리젓’은 별미 중의 별미다. 싱싱한 자리돔을 뼈째 썰어 된장 등에 찍어먹는 ‘자리돔강회’, 소금을 뿌려서 불판에 굽는 ‘자리돔구이’도 인기 요리이지만 가시가 걸리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제주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자란 지역의 자리돔이 최고라고 자랑한다. 서귀포시 보목동 주민들은 드센 모슬포자리와 달리 ‘부드러운 자리돔’이 특징이라고 자부한다. 이곳에서 ‘보목자리돔 큰잔치’가 2일까지 열렸다. 자리돔 맨손잡기, 자리젓갈 담그기 시연 등 다채로운 행사와 함께 먹거리 장터가 펼쳐졌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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