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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다고… “모의수능 B형만 쳐라”

입력 | 2013-05-31 03:00:00

일부 고교 5월5일 시험 선택권 봉쇄
학교측 “시험장-관리인력 부족” 이유… 학부모 항의에 예체능계는 A형 허용




미술대 진학을 준비하는 경기 A고교 3학년 박모 군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자신의 실력에 따라 국어 수학은 A형을, 영어는 B형을 볼 생각이었다. 올해 수능부터는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을 골라 치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원할 만한 대학을 추리다 보니 영어도 A형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A형을 보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영어는 무조건 B형을 선택하라’는 학교의 방침 탓이었다.

다음 달 5일 실시되는 수능 6월 모의평가를 앞두고 일부 고교에서 모든 학생에게 무조건 영어 B형을 선택하라고 강요해 파행이 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6월 수능 모의평가와 고교 1, 2학년의 학력평가를 같은 날 치러 파행이 깊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두 시험이 같은 날 실시되면 혼란이 커진다는 본보 지적에 따라 이를 시정하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본보 1월 14일자 A12면 “선택형 수능 혼란 감당 어려워” vs “지금 유보땐 되레 혼란”

선택형 수능을 제대로 치르려면 국어 수학 영어 모두 A, B형에 따라 교실을 나눠 수험생을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교실과 관리인력이 부족하다며 한 교실에서 시험지만 나눠 배포하려는 고교가 많은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듣기평가가 있고 국어나 수학에 비해 B형 선택 비율이 높은 영어는 일선 고교의 최대 골칫거리다. 그래서 일부 학교가 아예 학생들의 선택권을 막아버리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강북의 B고교는 예체능계 학생 40여 명만 제외하고 전교생에게 영어 B형을 선택하도록 했다. 서울 강남의 C고교는 예체능계 학생에게도 영어 B형을 보라고 했다가 학부모들이 항의하자 부랴부랴 A형 시험실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진학담당 교사는 “주위 학교에 물어보니 6곳 중 4곳이 예체능계 학생을 빼고는 영어 A형을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선택형 자체가 혼란스러워서 학교로서는 어떤 학생에게 A형을 보라고 권할지도 정하기 힘들다”고 얘기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 모의평가는 6월과 9월 두 차례만 실시하는 중요한 시험이다. 고교 3학년만 참여하는 시도교육청 주관 모의평가와 달리 평가원 모의평가는 재수생도 응시해 실전 수능의 가늠자도 된다.

서울진학지도교사협의회 소속 한 교사는 “교장부터 공부 못하는 몇 명 때문에 시험장을 따로 만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위권 아이들이 학교 눈치를 보느라 알아서 B형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김희균·김도형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