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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쌍둥이 아빠’ 되는 조 마우어…트윈스는 내 운명

입력 | 2013-05-29 07:00:00


■ 미네소타 트윈스 포수 조 마우어

고교 시절 풋볼부터 야구까지 만능스포츠맨
2000년 쿼터백, 2001년 포수로 MVP 받아
야구로 전향…신인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

포수로 3차례나 타격왕 등극…ML 사상 유일
9회 안타로 투수 3번 울린 ‘노히트노런 킬러’

올 시즌 타율 리그 4위…8월엔 쌍둥이 아빠


25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홈구장 코메리카파크에는 3만9000여 팬들이 운집했다. 이날 선발로 등판한 아니발 산체스가 8회까지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노히트노런 행진을 이어가자, 홈팬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를 보냈다. 9회 첫 타자 제이미 캐롤을 삼진으로 처리한 산체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플로리다 말린스 시절이던 2006년 9월 7일 이미 노히트노런의 짜릿함을 맛봤던 그였기에 팬들은 더욱 힘차게 박수를 보냈다. 다음 타자는 포수 조 마우어. 볼카운트 1-1서 산체스가 던진 낙차 큰 커브에 마우어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산체스의 머리 쪽을 향해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간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이날 패장이 된 트윈스 론 가든하이어 감독은 “빅리그에서 1100경기 이상 출전해 통산 타율이 0.324나 되는 마우어는 정말 대단한 타자다. 그가 노히트노런을 깬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산체스도 “한 경기에서 마우어와 같이 훌륭한 타자를 맞아 네다섯 차례 연속으로 압도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주무기인 커브를 던졌는데, 그가 정말 잘 받아쳤다”고 밝혔다.

노히트노런이 이어지던 9회 마우어가 안타를 때려낸 것은 이번이 3번째다. 2008년 5월 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선 9회 2사 후 극적으로 안타를 쳐 개빈 플로이드의 노히트노런을 무산시켰다. 2010년 8월 24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선 상대 마무리투수 나탈리 펠리츠로부터 9회 1사 후 안타를 뽑아냈다.

정교한 타격 솜씨를 자랑하는 마우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포수로는 최초로 타격왕을 3차례나 차지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골드글러브 3연패에 성공했고, 2009년에는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도 거머쥐었다.

○뼛속부터 트윈스 프랜차이즈 스타!

미네소타 트윈스는 미네소타주 최대 도시인 미니애폴리스와 주도인 세인트폴을 연고로 하고 있다. 서로 맞닿아 있는 두 도시가 매우 흡사해 트윈시티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 트윈스라는 명칭이 비롯됐다. 1983년 4월 19일 세인트폴에서 태어난 마우어는 고향팀 트윈스의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팬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많은 야구선수들이 어린 시절 다른 종목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지만, 마우어는 그 차원이 달랐다. 고교 시절 농구에선 6피트 5인치(195cm)의 장신임에도 포인트가드를 보며 경기당 평균 20점 이상을 올렸다. 풋볼에선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쿼터백으로 명성을 떨쳤다. 졸업반 때 269차례 패스를 던져 178번을 성공시켜 66%의 뛰어난 성공률을 보였고, 3022야드·41터치다운을 기록해 최고 명문인 플로리다주립대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밀워키 브루어스 출신으로 명예의 전당 멤버인 폴 몰리터가 고교생이던 마우어의 타격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내가 본 스윙 중 최고”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야구 실력도 출중했다. 고3 때 타율은 무려 0.605나 됐고, 1년 동안 당한 삼진은 딱 한 차례뿐이었다. 2000년에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미국대표로 출전해 타격왕을 차지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미국 유일의 전국지 USA투데이가 뽑는 최우수선수(MVP)에 2년 연속 선정됐는데, 2000년에는 풋볼 쿼터백, 2001년에는 야구 포수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점이다.

1980년대까지 만해도 보 잭슨이나 디온 샌더스처럼 야구와 풋볼을 겸업하는 선수들이 간혹 있었다. 그러나 1년 내내 휴식 없이 두 종목을 모두 소화하다 보면 잦은 부상에 시달려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풋볼과 야구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마우어는 후자를 택했다. 200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출신의 우완투수 마크 프라이어에 앞서 전체 1번으로 트윈스에 지명돼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역사상 최초로 3차례 타격왕 수상한 포수

무릎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착실히 기량을 연마한 마우어는 2005년부터 트윈스의 주전 포수로 자리 잡았다. 타율 0.294를 기록하며 무난한 시즌을 보낸 뒤 2006년부터 ‘괴물 본능’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 로빈슨 카노와 치열한 타격왕 다툼을 벌인 끝에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치며 타율 0.347로 시즌을 마감했다. 최종전을 치른 뒤 마우어는 “솔직히 타격왕 욕심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처음 마스크를 쓰고 치렀던 메이저리그 데뷔전 이후 오늘이 가장 떨렸다”며 아메리칸리그 역사상 최초로 포수 타격왕에 등극한 소감을 밝혔다.

2007년 타율 0.293으로 잠시 숨을 고른 마우어는 2008년 생애 2번째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14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8을 기록했다. 올스타전에 아메리칸리그 주전 포수로 출전했고, 골드글러브도 처음으로 차지했다.

2009년은 마우어에게 최고의 시즌이었다. 포수로는 역사상 최초로 타율(0.365), 출루율(0.444), 장타율(0.587)에서 모두 수위를 차지했다. 마우어 이전까지 포수가 타격왕을 차지한 것은 유진 하그레이브(1926년), 어니 롬바르디(1938·1942)뿐이다. 마우어는 4년 사이 3차례나 타격왕에 오르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율(0.996)에서도 마이크 레드몬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소속팀 트윈스도 8월까지 타이거스에 7경기차로 뒤졌지만, 마우어의 활약을 앞세워 마지막 21경기에서 17승이나 거두는 기적을 이루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당연히 MVP는 마우어의 몫이었다. 28장의 1위 표 중 27장을 휩쓰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쌍둥이 아빠’ 되는 마우어

2010년 3월 22일 스몰마켓 팀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트윈스가 통 큰 베팅을 했다. 마우어와 8년 연봉 총액 1억8400만달러의 조건으로 계약연장에 합의했다. 마우어는 그해 타율 0.327로 타격 3위에 오르며 구단의 기대에 부응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고전하던 마우어는 2010시즌을 마친 뒤 수술대에 올랐다. 2011년 고작 82경기 출전에 그치며 생애 최저인 타율 0.287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리그 4위에 해당하는 타율 0.319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올 시즌에도 28일 현재 타율 0.339로 리그 4위에 올라있다. 통산 4번째 타격왕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뛰어난 실력에 외모도 출중한 마우어는 유명 의류업체 페리-엘리스의 모델로도 활동했다. TV에선 펩시, 게토레이, 플레이스테이션3 등의 광고 모델로 시청자들과 친숙하다. 지난해 12월 결혼했고, 8월이면 쌍둥이 아빠가 된다. 트윈시티에서 태어나, 트윈스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마우어만큼 ‘트윈’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선수는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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