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일감 4000억원 中企에 개방”

시스템통합-광고-건설분야 물량…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개선 나서

LG그룹이 4000억 원 규모의 시스템통합(SI·전산시스템 관리 및 구축)과 광고, 건설 분야 발주 물량을 중소기업에 개방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대기업이 자기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줘 부당하게 지원하는 ‘일감 몰아주기’로 비판받던 대표적 분야다.

지금까지 대기업이 일부 물량을 외부 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내준 사례는 있지만 목표액을 확정해 개방한 것은 처음이다.

우선 SI 분야에서 2300억 원 중 절반은 중소기업에 발주하고 나머지 50%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이 참여하는 경쟁입찰을 실시한다. 경쟁입찰엔 LG 계열사와 외부 대기업, 중소기업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광고 분야에선 1000억 원 가운데 보안이 중요한 신제품을 제외한 광고를 경쟁입찰에 부친다. 전시, 이벤트 등은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 대행사에만 맡기기로 했다. 건설 분야에선 700억 원 규모를 외부에 개방하는데 이 중 10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 건설업체에만 내준다.

또 LG그룹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마곡산업단지에 짓는 연구개발(R&D)센터인 ‘LG사이언스파크’에 8000억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근무할 연구 인력은 총 3만여 명으로 1만여 명이 늘어나고 총투자액도 3조2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LG는 이를 위해 조만간 서울시에 대지 4만여 m²를 추가로 신청하기로 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방미 경제사절단 간담회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걱정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외국 기업에 비해 손색없는 연구 시설을 갖추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