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성석제 공지영 배출 연세문학회
연세대 ‘연세문학회’가 개최한 ‘에로티시즘 문학제’ 홍보 전단. 연세문학회 제공
연세문학회는 윤동주 시인이 만든 ‘문우(文友)’라는 학내 문예지 활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 기형도 시인, 소설가 성석제 공지영 등이 모두 이 동아리 출신이다. 정통성이 깊은 문학회에서 마 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앞세워 이 같은 행사를 주최하는 것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이달 1일부터 마감 날짜인 13일까지 접수된 원고는 총 44편. 분량은 A4용지 20장 내외의 단편소설이다. 김대환 연세문학회 회장(국문학과 2년)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응모작 중 약 60%는 에로티시즘과 외설적 소설을 구분하지 못한 작품들”이라고 평가했다. 말초적인 정사 장면을 묘사하는 데 그친 작품이 많았다는 것이다.
마 교수는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가의 기준은 무조건 독창성과 문장력”이라며 “평가에 대한 비하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마 교수가 제시한 구체적 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는 “에로티시즘의 핵심인 사디즘(가학적 음란증)과 마조히즘(고통을 통한 성적 쾌감)을 잘 드러낼 것”이었다.
기자는 마 교수에게 “매번 욕먹으면서도 왜 에로티시즘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억누르면 터진다. 나는 성(性)을 문학으로 드러내는 것에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이어 “이번 대회는 ‘젊은 마광수’를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하고 “출품작이 44편에 머문 것은 아직 대학생들이 경직됐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주최 측 김 회장은 ‘문학과 성’ 수업에서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바탕으로 한 글을 써내 마 교수의 눈에 띄었다. 그를 눈여겨본 마 교수가 이번 기획을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회는 국내에선 처음 열리는 에로티시즘 장르 문학제다. 김 회장은 “외국에선 이미 에로티시즘이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성은 삶의 일부다. 야설이라며 폄훼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수연·김성모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