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브랜드 ‘어깨동무’ 출시한 충북-경남-전남 두부 외길 3社
대기업 제품에 맞서기 위해 지방 두부 제조업체 3사가 뭉쳐 ‘어깨동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15일부터 롯데마트 103개 점포에 판매되는 것을 기념해 3사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모여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욱 동화식품 상무, 이수천 한그루식품 사장, 문영학 오성식품 이사. 롯데마트 제공
올해 1월, 롯데마트 관계자가 보낸 ‘카카오톡’ 문자메시지였다. ‘동행’ ‘한마음’ ‘더불어’ ‘작은 거인’… 신제품 이름조차 짓지 못하고 있던 때였지만 ‘어깨동무’란 말은 뜬금없어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감 있게 들렸다. 오성식품의 문영학 이사(43)는 이렇게 말했다.
“부러지기 쉬운 막대기라도 셋이 뭉치면 단단해지잖아요. 우리도 어깨동무 하면 강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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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팅 4개월, 연합 두부 만들다
“중소업체들이 이끌어가던 두부 시장에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사정이 어려워졌어요. 대기업 3사의 시장 점유율이 80%가 넘는 상황에 힘을 모아 보자고 뭉쳐 봤지라.”(문 이사)
세 회사는 12년 전 각각 롯데마트에 두부 납품을 시작했다. 세 회사 사람들은 2011년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PB) 제품인 ‘손 큰 두부’ 제조를 세 회사가 같이 맡게 되면서부터 급속도로 친해졌다. 각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이들 업체는 올해 1월 롯데마트의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연합 브랜드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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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을 엮어준 것은 카카오톡 메신저였다. 그들은 수시로 휴대전화를 통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던 올해 3월, 3000만∼4000만 원씩 돈을 내 제품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1+1(원 플러스 원)’ 행사를 많이 하는 대기업 두부 제품에 맞서기 위해 한그루식품은 300g짜리 두부 2개를 담는 용기를 개발했다. 오성식품은 기계 설비를 구축하고 포장지를 인쇄하는 일을, 동화식품은 콩 구매와 브랜드 이름 등록을 각각 맡았다. 어깨동무 생산은 3사가 각 사 공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 “합치면 되지 않겄슈?”
중요한 것은 맛이었다. 문 이사는 “부산·경남은 단단한 두부, 광주·전남은 짭짤한 두부, 충북은 부드러운 맛의 두부를 좋아한다. 우리는 전국 소비자에게 내놓은 제품에서 구수한 국산 콩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려 대기업 제품과 차별화를 두려 했다”고 말했다. 제품 가격은 3880원으로 풀무원 국산두부와 CJ제일제당 국산콩두부(각 4230원), 대상 종가집 두부(4180원)보다 싸게 책정했다.
세 회사가 뭉친 것은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두부에 대한 ‘자존심’이 그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한그루식품 이 사장과 오성식품 문 이사는 창업주인 아버지 사업을 이어 받아 2대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130명이 모여 만든 동화식품도 마찬가지다. 최 상무도 아버지가 창업 원년 멤버다. 20년, 길게는 40년 이상 자전거를 타고 두부 배달을 해온 이들에게 두부 사업은 자존심이다. 이 사장은 “고등학생 때 자전거에 두부를 싣고 동네 집집마다 다니며 팔았다”며 “두부 판 돈을 부모님 앞에 꺼내놓는 그 기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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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두부 회사만 1700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아는 브랜드는 몇 개밖에 안 되죠.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에 비해 돈이 부족해 마케팅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해도 좋습니다. 이렇게 힘을 합치면 언젠가 소비자들도 우리를 알아주지 않겄슈?”(이 사장)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