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독특한 소량생산 아이웨어셀럽-패셔니스타들 열광하는 까닭
레트로(복고) 열풍 속에서 선글라스의 디자인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패션과 매치해 드라마틱한 스타일을 연출하거나 전체 스타일에 포인트를 주는 선글라스들이 속속 출시 중이다. 사진은 모스키노의화이트 선글라스.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디자이너 고태용 씨는 선글라스를 즐겨 쓴다. 선글라스는 여름철 자외선을 가려주는 보호기능 이외의 장점도 많은 패션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스타일에 포인트가 될 뿐 아니라 타고난 얼굴형을 보완해주는 효과도 있다.
선글라스는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 주기에 영화 속 캐릭터를 잡는
트락션 by C군컴퍼니
왼쪽부터 두꺼운 프레임이 특징인 독일 브랜드 ’쿠보라움’, 레옹을 연상시키는 동그란 테가 특징인 미국 브랜드 ’액티비스트’ 제품. C군컴퍼니, 엠투아이티씨 제공
하우스 아이웨어의 부상
‘3.1 필립림’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제품들이 하우스 아이웨어 브랜드다. 일반적으로 하우스 아이웨어는 소량생산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을 뜻한다. 해외 유명 브랜드 선글라스가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일상용품처럼 자리 잡으면서 엄격한 품질관리와 소량생산, 뚜렷한 디자인 정체성이 특징인 하우스 아이웨어 브랜드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우스 아이웨어의 소량생산 시스템은 버닝(burning)기법(안경테를 불에 그슬리는 것)과 섬세한 비즈 장식 같은 디테일로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원동력이 된다.
‘쿠보라움’ 등의 하우스 아이웨어를 수입 판매하는 채규복 C군컴퍼니 대표는 “대중과 차별화된 제품을 찾던 셀러브리티들이 하우스 아이웨어를 즐겨 쓰기 시작했고, 이들이 국내외의 트렌드를 이끌면서 이제는 대중도 하우스 아이웨어에 주목하고 있다”며 “알 만한 고급 패션 브랜드가 안경을 전문으로 하는 하우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카피하는 사례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쿠보라움은 모델 겸 배우 이종석과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이종혁 등이 착용한 모습이 미디어에 노출돼 화제가 된 브랜드다. 눈에 띄게 두툼한 테가 특징이다. 채 대표가 이탈리아 박람회의 작은 공간에 전시된 제품을 보고 ‘이거다’ 싶어 들여와 지난해 큰 인기를 누렸다. 채 대표는 “선글라스 성수기인데도 쿠보라움은 1000개밖에 팔지 못했다. 수량을 더 달라고 해도 제품의 희소성 때문에 독일 본사에서 물량을 풀지 않기 때문”이라며 “세계적으로 소량생산되는 수제 안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인기 브랜드의 물량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쿠보라움은 이번 시즌에는 색다른 한정판 선글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안경테를 불에 그슬려 입체감을 살렸고, 접합 부분이 없는 듯 보이는 프레임이 돋보인다. 하반기에는 불에 그슬린 안경테에 주얼리로 장식한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렌즈가 포인트가 되는 제품도 있다. 바이올렛 컬러를 연상시키는 ‘미러 렌즈’를 사용했다.
눈이 나쁜 사람들은 선글라스를 고를 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새 선글라스에도 도수를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나온 제품이 바로 클립형 선글라스다. 도수 안경에 선글라스를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다.
클립형 선글라스를 ‘아저씨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하우스 아이웨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패션 아이템으로 충분히 쓸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클립형 선글라스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클립형의 안경 프레임은 대개 라운드형이라 각진 사람들의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강점이 있다. 프랑스 하우스 아이웨어 브랜드 ‘트락션’은 반투명한 느낌을 주는 브라운 컬러에 표범 무늬가 선글라스 전체에 프린트된 모델 ‘암브레’를 내놓았다.
‘겐조’
C군컴퍼니가 수입하는 ‘레나 호섹’은 안경다리에 금색 소총 장식이 돼 있는 선글라스를 내놓고 있다. 왼쪽에서 보면 소총이 앞을 향해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검은색의 깔끔한 프레임에 강렬한 금색 소총 장식이 이질적인 소재의 조합을 뜻하는 ‘믹스&매치’를 느끼게 해준다.
여성스러운 드라마틱 효과를 누리고 싶다면?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레드모아젤’ 컬렉션이 답이 될 수 있다. 런웨이에서 선보인 제품으로 프레임이 나비 모양으로 돼 있다. 눈썹 모양인 선글라스 윗부분은 왼쪽 오른쪽이 비대칭으로 장식돼 있다. 고급스러운 세부 장식과 입체적인 느낌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정면의 색상은 장인들이 손으로 직접 칠했다. 이는 투명한 안경다리와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려준다. 투명한 안경다리 안에는 금색으로 작게 ‘CD’라는 로고가 쓰여 있다.
왼쪽부터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의 캣아이 선글라스, ‘라코스테 L!VE 디저트 풀 파티’에 참석한 알렉사 청의 핑크빛 큐트 선글라스. 인터패션플래닝, 라코스테 제공
레트로 열풍
한편 올해도 복고풍 선글라스의 열풍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얼굴을 뒤덮을 듯한 오버사이즈, 김구 선생을 떠올리게 하는 동그란 클래식 안경테, 다채로운 색깔로 멋을 낸 두꺼운 테는 모두 레트로의 영향을 받은 아이템이다.
디자이너 고태용 씨는 “동그란 프레임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정말 원 모양의 제품을 선택하기보다 사각과 원의 중간 정도의 적당한 제품을 쓰는 게 멋스럽다”고 말했다.
고 씨는 호주 아이웨어 브랜드 ‘르 스펙스’와 함께 캣아이형, 라운드형 등 다양한 형태의 선글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르 스펙스는 아이웨어를 매년 300만 개 이상 팔고 있는 호주의 대표 브랜드다. 올해에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의 고태용 씨와 협업해 화제를 모았다. 이 협업 제품은 올해 8월 시판될 예정이다.
‘질 샌더’의 화이트 선글라스. 룩 옵티컬 제공
마크제이콥스는 와이드한 캣아이 모양의 아세테이트 선글라스를 선보이고 있다. 1960년대 레트로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한 이 선글라스의 경첩 부분 장식은 마크 제이콥스의 자물쇠 모양의 핸드백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됐다. 안경다리가 아시아인에게 맞도록 특별하게 조절돼 있어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검은색, 보라색, 갈색, 파란색 제품이 나와 있다.
선글라스를 고를 때는 디자인만큼이나 렌즈의 색상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패션안경매장 ‘룩 옵티컬’ 관계자는 “색상이 너무 진한 렌즈보다는 75∼80% 정도의 회색이나 갈색 계통의 렌즈가 일상생활에서 쓰기 좋다”며 “갈색 렌즈는 시야를 선명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100% 자외선을 차단하는 멀티 코팅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주 아이웨어 브랜드 ‘르 스펙스’와 한국 디자이너 고태용 씨가 협업해 만든 선글라스. 올해 8월 시판될 예정이다. 르 스펙스 제공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