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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마을 회재의 삶은 우리를 비추는 거울”

입력 | 2013-05-13 03:00:00

‘세계문화유산 포럼’ 경주서 개최… 이언적 선생의 학문적 위상 재조명




1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1회 세계문화유산 양동마을 포럼’에 참석한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동환 한국고전번역원장(고려대 명예교수), 윤상구 국제로타리 2016서울국제대회 호스트조직위원장(윤보선 대통령 장남), 이미경 민주당 의원, 이동건 회재이언적기념사업회장(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왼쪽부터).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경주시 양동마을과 이곳 출신 대학자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을 조명하는 ‘제1회 세계문화유산 양동마을 포럼’이 11일 경주에서 열렸다. 양동마을은 2010년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회재이언적기념사업회가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이동건 기념사업회장(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비롯해 이미경 민주당 의원,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 윤상구 국제로타리 2016서울국제대회 호스트조직위원장(윤보선 대통령 장남), 김관용 경북도지사, 최양식 경주시장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회재는 정여창 김굉필 조광조 이황과 함께 조선시대 유학을 대표하는 ‘동방 5현’의 한 명으로 성균관 문묘에 공자와 함께 위패가 봉안돼 있다. 성균관을 총괄하는 대사성을 비롯해 대사헌, 이조판서 등을 역임했다. 경주시 안강읍 자옥산 자락에 있는 독락당(옥산정사·보물 413호)은 그가 40대 초반에 잠시 관직에서 물러났을 때 지은 수양 공간이다.

회재는 관직보다는 학문에서 훨씬 중요한 평가를 받는다. 인륜도덕의 이치를 중시하는 조선시대 성리유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중국 송나라 유학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뛰어넘는 창조적 학문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퇴계 이황으로 이어져 유학이 꽃피는 계기가 됐다. 회재 사후 그의 삶을 기록한 퇴계는 “살아계실 때는 스스로 드러내지 않아 사람들이 선생의 학문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억울한 심정으로 선생의 삶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주제발표를 한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동양철학)는 회재의 삶과 학문을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고 소개했다. 한 교수는 “얼핏 쓸모없이 보이지만 사람됨을 위한 깊은 울림이 녹아 있는 ‘큰 쓰임’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환 고려대 교수(동양철학)는 회재의 삶을 생태사상 측면에서 조명했다. 자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사람됨을 위한 조건으로 연결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거짓 없이 약동하는 자연생태에서 탐욕을 이겨내는 공동체를 치열하게 모색한 회재의 삶은 지금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건축학)는 “양동마을은 유학과 풍수지리가 결합된 독특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마을을 이루는 격식 높은 살림집과 사당 정자 서당 등은 유교 이념을 바탕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포럼을 계기로 회재와 양동마을의 가치를 널리 공유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양동마을에 흐르는 회재 어른의 정신이 나라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공직의 무거운 책임을 다시 돌아보는 소중한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