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리-황과장 톡톡 튀었네
LG전자 TV 상품기획을 맡고 있는 장문선 대리가 2월 14일 서울 서초R&D캠퍼스에서 열린 스마트 TV 신제품 발표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그만큼 중요한 행사였지만 이날 무대를 이끈 주인공은 사장도, 임원도 아닌 평범한 과장이었다.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사장은 짤막한 인사말만 했다.
‘과장급이 발표하면 행사의 격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기자의 오해였다. 황승훈 한국총괄마케팅팀 과장(36)은 15분간 프레젠테이션을 완벽에 가깝게 했다. 딱딱한 넥타이를 풀어버리고 캐주얼한 행커치프로 멋을 낸 황 과장은 긴장한 기색 없이 무대를 활보했다. 전문 행사 MC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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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실무자들을 무대에 올리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전자제품의 스마트 기능이 워낙 복잡하고 다양해지다 보니 최대한 쉽고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황 과장과 장 대리는 각각 마케팅, 상품기획 부서에 몸담고 있어 제품의 장단점과 기능, 특징을 정확히 알고 있다.
삼성전자 한국총괄마케팅팀의 황승훈 과장이 지난달 25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4’ 국내 공개행사에서 국내외 언론과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다양한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두 회사가 ‘스티브 잡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에 더 투자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스티브 노트’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애플의 깔끔하고 전문적인 기업 이미지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 애플은 본사에 프레젠테이션 전담 준비팀을 두고 프레젠테이션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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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많이 공을 들이는 사람은 역시 발표자다. 황 과장은 이번 행사의 스크립트를 직접 썼다. 그는 “촬영자와 피사체를 동시에 찍을 수 있는 ‘듀얼샷’ 기능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사진을 찍느라 정작 자신의 모습은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아빠들을 떠올려 원고에 넣었다”며 “복잡한 기술이지만 실생활의 예를 들어 설명해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대리는 거의 매일 세계적 지식 강연인 ‘TED’ 등의 프레젠테이션 동영상을 보며 제스처와 발성을 연습한다. 발표 의상을 고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는 “처음 무대에 오를 때만 해도 내가 예뻐 보이려고 빨간 원피스를 입기도 했는데 이제는 내가 아닌 제품을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한 옷을 찾느라 고민한다”고 웃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