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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용]‘리틀 싸이’의 수난

입력 | 2013-05-03 03:00:00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올해 1분기(1∼3월) ‘청소년을 위한 좋은 영상물’로 꼽은 영화가 ‘마이 리틀 히어로’다. 차별과 편견을 딛고 뮤지컬 스타의 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다문화가정의 아이가 주인공이다. 실제 스리랑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지대한 군(12)이 주인공 영광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영화 속의 영광은 뮤지컬 ‘조선의 왕, 정조’ 오디션에 나선다. 노래 실력은 빼어나지만 춤 실력은 형편없다. 악바리처럼 춤 연습을 해도 타고난 외모는 바꿀 수가 없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의 민낯을 드러낸다. “조선의 왕을 뽑는데 토종 놔두고 그런 애를 뽑겠냐.” “그 애가 한국을 대표하는 건 아직 좀 그렇잖아.”

▷최근 ‘리틀 싸이’로 불리는 다문화가정 출신 꼬마 가수 황민우 군(8)도 차별과 편견에 울었다. 민우 군은 2009년 SBS ‘스타킹’에 출연해 춤 실력과 끼를 선보인 뒤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에 등장해 스타덤에 올랐다. 최근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인 ‘사이공 신데렐라’와 채널A 시트콤에 출연하고 가수로 데뷔했다. 일부 누리꾼은 “싸이보다 더 유명해지고 싶다”는 이 여덟 살 꼬마를 향해 ‘다문화××들은 태어난 게 죄다’ ‘뿌리부터 쓰레기’라는 악성 댓글로 공격했다. 민우 군의 소속사는 홈페이지까지 마비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민우 군은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다문화가정을 대표해 참석했다. 하지만 요즘은 악플이 무서워 댓글도 맘대로 보지 못한다고 한다. 철없는 누리꾼만 탓할 일이 아니다. 민우 군의 아버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니까 다른 부모들이 우리를 낮게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低)출산으로 노동력이 줄어 2030년엔 이민자가 지금의 갑절 이상으로 늘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문화가정의 ‘리틀 히어로’들이 날개를 활짝 펼쳐야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열린다. 악플을 다는 ‘토종’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