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문화부 차장
타렉을 만난 것은 2010년 프랑스 연수 시절 파리 6구에 있는 생제르망 데프레 성당 지하였다. 이곳에서는 1957년부터 이방인을 따뜻하게 환영해 주는 파리 시민들의 모임(Cercle International de L'ARC)이 열려 왔다. 전문직에서 은퇴한 자원봉사자들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에서 온 낯선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프랑스어를 가르쳐 주고, 파리 시내를 함께 산책하고,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 하는 활동을 해왔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된 타렉은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아마추어 사진작가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었다.
나도 연륜 있는 이들과 만나면서 비로소 파리라는 도시에서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전직 외교관 출신의 60대 자원봉사자와 함께 독일과 일본의 2차대전 이후 과거사 사과에 관한 토론을 벌였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에게선 늘 활기가 넘쳤다. 그는 친구들을 만나 ‘요즘 무슨 약 먹느냐’는 대화를 하는 대신, 이곳에서 매일 각국에서 온 새로운 젊은이들의 생각을 접하다 보니 저절로 회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요즘 5060세대의 변신을 상징하는 인물은 ‘가왕(歌王)’ 조용필(63)이다. 그가 10년 만에 내놓은 앨범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한국적 정한(情恨)’을 담은 절절한 목소리를 가진 그가 서양 작곡가에게 곡을 맡겼다는 것부터가 놀랍다. ‘바운스’와 ‘헬로’에는 최신 팝음악과 같은 후렴구가 등장하고, 래퍼 가수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한 신곡 발표 쇼케이스도 여느 K팝 아이돌 가수들 뺨칠 정도로 세련됐다.
조용필처럼 변신하는 5060세대는 더이상 꼰대가 아니다. 낯선 이방인이나 젊은이들의 문화에 좀더 개방적이고, 자원봉사에도 적극적인 ‘열린 5060세대’는 우리 문화를 한층 깊이 있게 만들어줄 힘이라고 생각한다.
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