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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인 뜻깊게 모시며 자연도 살리는 장묘문화로

입력 | 2013-04-26 03:00:00


중국과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한 뒤 공공묘지나 봉안당에 안치한다. 그래서 두 나라를 돌아보면 산에서 묘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어디를 가도 둥그런 봉분군(群)과 마주치게 된다. 지나치게 묘지를 크게 하고 석물(石物)을 많이 배치해 후손의 위세를 과시하는 듯한 묘지들도 있다.

조상 대대로 전해져온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인을 기리는 것은 고유의 미풍양속이지만 현대의 후손에게 조상 묘 관리는 차츰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최근 전남 고흥군에 봉분을 시멘트로 씌운 문중 묘지가 등장했다. 멧돼지가 출몰해 봉분을 파헤치는 바람에 후손들이 관리에 고충을 겪다가 시멘트로 덮었다고 한다. 봉분에 인공 잔디를 씌우는 묘들도 생겨나고 있다.

산야에 있는 묘지를 시멘트나 인공잔디로 덮는 것은 환경 파괴에 가깝다. 조상에 대한 예법에 어긋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묘를 돌보는 자손들에게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 자손들이 고령화하거나 도시로 떠난 뒤 묘를 관리할 사람이 없는 데다 농촌 인구가 줄면서 돈을 주더라도 벌초할 인력을 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매장 위주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새로운 장묘 방식을 찾기 위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장묘 문화는 화장 쪽으로 서서히 선회하고 있다. 화장률은 2001년 38.3%에서 2011년 71.1%로 늘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화장을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화장을 한 후 공원묘역이나 봉안당, 수목 화초 잔디 아래에 묻는 자연장 등 각자의 정서에 맞게 고인을 모실 수 있다. 토지의 효율적 이용, 관리 비용의 절감, 편리성 측면에서 장점이 많은 방식이다.

최근 화장한 분골을 숲으로 돌려보내는 수목장(樹木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목장은 정부가 2007년 5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처음 도입됐다. 산림청은 2009년 국내 최초의 국립 수목장림으로 경기 양평군에 ‘하늘숲 추모원’을 조성했다. 정부는 전체 장례의 3%에 불과한 자연장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주거지역에 자연장을 허용하고, 전국 23곳에 머물고 있는 공설 자연장지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기존 선산과 문중의 집단 묘지를 친환경 공간으로 바꿀 수 있게 유도하는 일도 필요하다. 사람은 모두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회귀한다. 돌아가신 분을 뜻깊게 모시면서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장묘문화를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