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피하느라 보행자 우왕좌왕성수기 도로 꽉차… 매연-소음 불편 “순환버스 있는데…” 민원 폭증
21일 오후 서울 남산 남측순환도로와 산책로를 이용해 남산 ‘봄꽃놀이’를 즐기던 시민들이 도로에 나타난 대형 관광버스가 내는 엔진 굉음과 경적 소리에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그러나 이날 순환도로와 산책로에서 봄꽃놀이를 즐기던 시민들은 수시로 등 뒤에서 나는 엔진 굉음과 경적 소리 때문에 ‘대피’하듯 산책로 가장자리로 피해야 했다. 시민들을 놀라게 한 건 45인승 대형 관광버스들. 대부분이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다.
생후 4개월 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온 지기훈 씨(27)는 “관광버스가 산책로 바로 옆에서 계속 지나가는 바람에 사고가 날까 봐 마음 놓고 산책할 수가 없다”며 “매연을 뿜고 소음까지 내고 지나가 봄꽃놀이 분위기를 망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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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남산 생태계를 보호하고 시민 보행 환경을 개선한다며 2005년부터 남산순환버스(전기차 9대, 압축천연가스버스 5대), 장애인차량, 업무용차량, 25인승 이상 관광버스 이외의 차량에 대한 남측순환도로 통행을 금지했다. 관광객 편의를 위해 관광버스는 남산진입로 입구에서 통행료 3000원을 받고 경적 소리를 내지 말 것, 속도를 시속 20km로 맞출 것 등을 주지시킨 뒤 통행을 허용한다. 그러나 버스 통행과 관련한 시민 민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정란 씨(48)는 “왜 이 도로에 관광버스 통행을 허용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관광객도 국립극장 인근에서 관광버스에서 내려 남측순환도로를 운행하는 남산순환버스 02, 03, 05번을 이용하면 남산에 오를 수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패키지여행 일정이 빡빡해 배차간격이 5∼18분이나 되는 순환버스를 기다리기 힘들다”며 “순환버스 정원이 50∼65명이어서 시민이 이미 탄 순환버스에 40명가량인 패키지여행 인원이 한 번에 다 탈 수 없어 여행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다.
서울시는 남산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손꼽히는 명소로 관광객의 편의를 도모할 필요가 있는 만큼 관광버스 운행을 중단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관광버스를 남산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려면 주말 하루 많게는 180대에 달하는 관광버스를 댈 수 있는 대규모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남산공원 녹지를 일부 훼손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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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유럽 등 관광 선진국에서는 생태경관보전지역 관광에 내·외국인에게 똑같은 원칙을 적용한다”며 “관광객들이 걷거나 순환버스를 타고 풍경을 천천히 즐기게 하면 서울을 좋은 모습으로 기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