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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3부]박병호 선수 “신호 준수와 배려가 도로위 실책 막는 최상의 플레이”

입력 | 2013-04-22 03:00:00

2012프로야구 홈런왕 넥센 박병호 선수




지난 시즌 홈런왕 넥센 박병호가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시동 꺼! 반칙운전’이라고 적힌 야구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도로를 그라운드에 비유하며 “주변 운전자와 소통해야 ‘실책(사고)’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그라운드가 도로라면 타격 코치는 신호등, 선수는 운전자겠죠? 신호등 잘 따르고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니까 홈런도 따라온 것 같아요.”

넥센 박병호(27)는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 시즌 홈런왕(31개)을 차지한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성남고를 졸업하고 2005년 LG에 입단했을 때 유망주였지만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다 2011년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LG 시절 ‘2군에서만 터지는 거포’라는 야유를 듣기도 했다. 1군 경기에만 출전하면 압박감이 커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출장 횟수는 점점 줄었다. 박병호는 “‘2군 홈런왕’이라는 말이 가슴 아팠지만 내 책임이 컸다.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면서 코칭스태프와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박병호는 넥센에서 ‘거포’로 거듭났다. 넥센 코칭스태프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며 지난 시즌 넥센의 4번타자로 자리 잡았다. 꾸준한 출장기회를 보장받으면서 제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고 동아스포츠대상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박병호는 “도로에서도 소통과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루코치의 사인을 무시하거나 선수끼리 손발이 맞지 않으면 실책이 나오는 것처럼 도로에서 교통신호를 어기고 운전자끼리 배려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열여덟 살 때 운전면허를 딴 박병호는 올해로 10년차 드라이버다. 그는 반칙운전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한적한 도로에선 제한속도를 넘겨 운전했고 주변 흐름이 답답하면 차로를 옮겨가며 속력을 올린 적이 있다. 부인인 이지윤 씨(전 KBSN 아나운서)가 “운전 좀 얌전히 하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이런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거친 운전 습관은 지난해 12월 멈췄다. 출근길 교차로에서 신호등 앞에 멈춘 그의 차를 뒤차가 들이받았다. 빗길에 안전거리를 충분히 두지 않고 따라오다 미끄러진 것. 처음 당한 사고였다. 박병호는 다행히 부상은 피했지만 도로에 나설 때마다 주위를 더 꼼꼼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안전운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야구는 선수 개인이 아무리 잘해도 실책 등 뜻밖의 변수 때문에 경기에서 질 때가 있다. 운전 역시 교통법규를 지키고 주위 운전자를 주시하는 방어운전이 중요하다.”

박병호는 안방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 김포시 자택에서 서울 목동야구장까지 왕복 50km를 자가용으로 오간다. 아침부터 ‘칼치기’(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운전행태) 추월을 당한 날이면 그라운드에서 연습을 할 때까지 기분이 찝찝하다. 그는 “반칙운전을 계속하는 차량을 보면 불안하다. 언젠가 그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안전운전을 당부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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