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코엑스서 정신건강박람회… 주요 프로그램 미리 체험해보니
본보 유근형 기자(가운데)가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오른쪽)와 허휴정 임상강사의 도움으로 스트레스를 간접 측정할 수 있는 심막동변이도(HRV) 검사를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예상 밖 공황장애 체험과 상처
“1분 동안 빨대로만 숨을 쉬면 공황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커피 마실 때 쓰는 얇은 빨대를 줬다. 코와 귀를 막고 빨대로만 숨을 쉰 지 20초가량이 지나자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10초 정도 더 흐르니 시야가 뿌옇게 변했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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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을 돕는 아이스캔을 착용했다. 스키고글 모양의 아이스캔을 쓰자 화면에 점이 좌우로 움직였다. 점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이면 뇌 한쪽에 숨어 있던 상처를 끄집어내 재처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설명에 맞춰 최근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눴다.
수습기자 시절 악몽이었던 선배 A를 떠올렸다. 지금은 종종 술자리도 하며 사이좋게 지내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당시 스산했던 아침보고의 순간이 또렷이 기억났다. 허휴정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는 “수습시절 외상을 다 치유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뇌 속에 남아있었나 보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스트레스를 간접 측정할 수 있는 ‘심박동변이도(HRV) 검사’였다. 평균수명이 약 10년 짧다는 기자가 직업이어서 ‘이야말로 나를 위한 검사구나’라고 느꼈다. 머리와 손목 등에 심박수와 뇌파를 측정하는 선을 연결하고 의사 지시에 따라 긴장을 늦췄다. 5분 만에 나온 결과는 부교감신경활성도(HF·78%)가 교감신경활성도(LF·22%)보다 높았다. HF가 높아 긴장을 이완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설명. 대개 정신질환자는 LF가 높고 일반인은 HF와 LF가 비슷하게 나온다고 했다. 뇌파도 안정을 뜻하는 알파파(45.9%) 비율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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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빌리지 체험을 주관하고 있는 최정석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찾기를 꺼렸던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일반인들도 정신건강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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