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희망 퍼즐, 인도네시아에서 맞췄죠”회의 참석-마트 근무 빡빡했지만 한국인에 호의적 눈빛 잊을 수 없어
안현남 씨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롯데마트 클라파가딩점 주방에서 베이커리 코너에 공급할 빵을 만들기 위해 반죽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일행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과 홈쇼핑업체, KOTRA 등 여러 곳을 방문하며 현지 사정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대인 국립인도네시아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인구의 80%가 이슬람 신도이다 보니 캠퍼스를 지나는 여학생 대다수가 머리에 히잡을 쓰고 있었다. 이런 학생들이 캠퍼스 내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케이팝(K-pop)을 듣는 게 마냥 신기했다. 한류 열풍 덕분에 인도네시아의 많은 사람이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한국인에게 호의적인 눈빛도 느낄 수 있었다.
탐방 일정 중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한-인도네시아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국제정책회의에도 참석했다. 국제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생생히 지켜봤다. 또 현지 의상인 ‘바틱’을 입은 한-인니 경제협력 사무국의 강석원 연구위원이 들려준 좌충우돌 ‘현지 적응기’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한국인이 보기엔 느리고 답답해 보였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열대성 기후의 무더운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일하는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인도네시아는 우기(雨期)에 접어들어 상대적으로 선선한 날씨였다. 하지만 거리를 잠시만 걸어도 축 늘어지고 무기력해졌다.
인도네시아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다. 그만큼 한국기업의 진출은 빠르게 늘고 있고 현지 채용 수요도 많아질 것이다. 아직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대다수는 한국에서 파견된 사람 또는 주재원이다. 하지만 현지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을 찾는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일정 수준의 언어 실력만 갖추면 본인의 전공과 상관없이 바로 중간 관리자급의 대우와 복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번 탐방을 통해 해외 취업은 부모, 친구, 가족을 떠나 생활할 수 있는 강한 의지력,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만 갖추면 누구든 도전해볼 만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대학생들이 제2외국어로 중국어 일본어 등만 공부할 게 아니라 인도네시아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 언어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안현남 씨(25·여)는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새마을금고에 입사한 뒤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을 졸업했다. 지난해 초 직장을 그만두고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현재는 해외에서 일할 기회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