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배구와 농구를 하는 수많은 여학생들이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그중 일부는 소원대로 프로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한다. 그리고 현역 은퇴 후 프로 팀 지도자를 꿈꾼다. 하지만 이루기 힘든 꿈이다. 여성 대통령 시대지만 여성 프로 감독은 없다.
여자 프로배구는 2005년 출범했다. 현재 6개 팀이 있다. 여자 농구는 이보다 앞선 1998년에 프로화가 됐다. 배구와 똑같이 6개 팀이 있다. 선수들은 여성이지만 감독은 모두 남자다. 코치들도 대부분 그렇다.
선수로 화려한 발자취를 남긴 스타였지만 두 감독 모두 프로 팀 지도자로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팀 성적은 꼴찌였고 구단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 이 감독의 경우 정규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남자 코치에게 지휘권을 넘겨줘야 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두 감독 모두 운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력의 절반’이라는 외국인 선수가 제 역할을 못했다. 누가 맡아도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물론 성적이 나쁘면 책임은 감독이 지는 법. 문제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비난의 화살이 ‘감독’이 아니라 ‘여성’을 향했다는 것이다. 한 남자 감독은 “선수들이 태업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봐도 그런 부분이 보였다. 아마 남자 감독과 다른 스타일에 적응하기가 싫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만약 일부 선수라도 그런 행동을 했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선수 은퇴 후 지도자’라는 자신들의 꿈을 스스로 막아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여자배구와 여자농구에서 각각 처음 시도했던 여성 사령탑은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고 여성 지도자로는 성적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여성 프로 감독의 길을 활짝 열어 줄 성공 모델을 여성 대통령 시대가 끝나기 전에 볼 수 있을까.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