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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력인사들 별장서 ‘난교 파티’

입력 | 2013-03-21 03:00:00

성접대 의혹 수사과정서 집단성관계 정황 드러나
‘별장 리스트’ 진술에서 새로운 인물들 추가 등장




정부 고위관료 A 씨 성 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단순 성 접대가 아니라 사회 유력인사들의 은밀한 ‘집단 섹스 파티’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조사한 관련자만 30여 명에 달하고, 이들 중 “남녀가 집단으로 버스를 타고 별장에 가 포르노를 보며 성교를 했다”는 진술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별장 파티’에 수차례 가봤다는 한 남성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전직 대통령이나 유명 배우의 가면을 쓴 채 고급 양주를 마시며 파티를 즐겼다고 한다.

지도층 인사들이 영화 ‘아이즈 와이드 샷’에서 잘나가는 의사인 빌(톰 크루즈)이 비밀리에 초대받은 상류층 난교파티와 비슷한 자리를 빈번하게 가져온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경찰은 당시 성 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름이 나오면서 내사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여성이 밝힌 ‘별장 파티 참가자 리스트’에는 현직 고위관료 3명, 전직 고위관료 4명, 전직 국회의원 1명, 병원장 2명, 언론사 간부 2명 등 총 12명이 등장한다.

경찰은 건설업자 윤모 씨(52)가 성 접대를 벌인 곳으로 알려진 강원 원주시의 별장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CCTV 영상을 분석하면 별장을 다녀간 인물들의 신원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 접대를 받은 인사들의 수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지난해 11월 윤 씨에 대한 고소 사건을 조사하면서 별장 CCTV 영상을 확보했다”며 “수사팀에서 CCTV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접대 대상자로 추가 거론된 피부과 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씨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전직 경찰 간부는 “윤 씨를 알긴 하지만 접대는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역시 이름이 거론된 현직 경찰 간부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나를 왜 더러운 일에 엮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별장 성 접대에 관여했던 여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상대 남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여성들이 윤 씨에게서 접대 대가로 받기로 한 돈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 씨에게 성 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C 씨는 지난해 11월 윤 씨를 강간 공갈 혐의로 고소한 여성사업가 K 씨와 함께 서초경찰서를 찾았을 때 “2008년 윤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협박에 시달렸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경찰에 냈다. 이 여성은 K 씨의 고소장에 자신을 피해자로 추가시키는 방법으로 윤 씨를 고소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 여성이 윤 씨를 고소한 배경에는 A 씨 등 고위층 인사를 성 접대한 대가로 받기로 했던 돈을 윤 씨가 주지 않아 이에 대한 항의 차원이 강했다”며 “다른 성 접대 여성들도 비슷한 피해를 많이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씨는 가까운 지인부터 사업상 접대가 필요한 유력 인사들까지 다양한 사람을 주말마다 별장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금요일에 이들을 초청해 인근 골프장에서 내기 골프를 친 뒤 별장으로 와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윤 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건설사가 2011년 7월부터 경찰교육원 골프장 신축공사를 47억 원에 수주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전직 경찰 고위 관계자가 공사 수주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당초 이번 의혹을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일축했던 청와대는 언론보도 후 구체적인 정황, 관련자들의 증언까지 속속 나오자 ‘진실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는 본인 말만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니냐”며 “실제 고위관료가 이런 일에 연루됐다면 정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주 민정수석실에서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종합적으로 보고했다”며 “이미 청와대의 손을 떠났다.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 내사 착수와 더불어 청와대는 시시각각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새로운 증거가 나와 청와대가 당혹해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신광영·김성모·이재명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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