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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혼혈문화 한눈에

입력 | 2013-03-21 03:00:00

국립중앙박물관 ‘페라나칸’ 특별전




혼례 뒤 첫날밤을 보내는 페라나칸의 침실 꾸밈용 나비 모양 전통 장식. 19세기 말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싱가포르의 혼합문화, 페라나칸(Peranakan)’ 특별전의 문을 열었다. 페라나칸이란 ‘아이’를 뜻하는 말레이어로 해외에서 이주한 남성과 현지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 후손을 일컫는다.

싱가포르를 포함한 말레이반도와 인도네시아는 예부터 해상무역이 발달해 외국인이 정착하는 사례가 많았다. 중국이나 아랍, 인도 남성들이 현지에서 가정을 꾸리면서 독특한 공동체가 형성된 것. 페라나칸 남성은 ‘바바’, 페라나칸 여성은 ‘뇨냐’라고 불렀다.

전시회는 페라나칸이 현지에 적응하며 이룬 독특한 문화를 조명했다. 전체 5부로 구성된 전시회에서 1, 2부는 혼례복과 ‘첫날밤’ 침실 장식품을 소개했다. 중국계 이주민이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인지 형태나 색감이 중국풍이 물씬 나는 게 특징. 12일 동안 치러진다는 혼례에 쓰이는 장신구들은 화려하고 섬세해 그들의 문화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3부 ‘뇨냐의 패션’과 4부 ‘서구화된 엘리트’는 뇨냐의 일상과 그들이 유럽문화를 수용해 변화하는 과정을 되짚는다. 20세기 싱가포르에서 사회지도층에 오른 대표적 페라나칸 가운데 한 명인 송옹시앙(1871∼1941)의 초상화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5부 ‘공예미술’은 페라나칸 특유의 자수와 구슬 세공품, 도자기 등을 전시한다. 특히 신부용으로 따로 주문 제작한다는 도자기 ‘뇨냐자기’는 대부분 핑크빛으로 화사하면서도 아기자기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페라나칸 혼혈문화가 사회적 편견 없이 자연스레 융화되는 과정은 현재 한국사회도 배워야 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5월 19일까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