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사회부 차장
하지만 이듬해 총선 공천자 명단에 나경원은 없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서울시장 떨어지고 공천에서도 배제됐을 땐 정말 내팽개쳐진 느낌이더라”라고 분을 토했다. 사석에선 “의리 없는 당”이라고 했다. 학벌 외모 집안 배우자…. 모든 걸 다 갖춘 엄친딸 나경원은 정말 억울하게 버려진 걸까.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95년 판사가 된 그는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특보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이 후보는 “아끼는 판사 후배”라고 그를 소개했다.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기업인 출신 인사는 “나경원은 자신이 이회창 후보의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다며 홍보에 적극 활용해 달라고 했다. 욕심쟁이였다”고 회고했다.
광고 로드중
언론의 관심을 즐겨 화(禍)를 입기도 했다. 2007년 대선 당일 밤 네이버 검색어 1위는 이명박이 아니라 나경원이었다. 후보 대변인이었던 그는 화려한 보라색 옷을 입고 후보를 쫓는 한 방송사 카메라를 독점했다. 그 일은 대통령 부인의 심기를 건드렸고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 개각 때마다 후보로 이름만 올렸다.
“약자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 늘 장애인을 위해 앞장서는데도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방송 카메라 앞에서 장애인 아이를 알몸 목욕시켰을 때는 장애아를 위한 일인지, 자신을 위한 일인지 혼란스러웠어야 정상이다. 스페셜올림픽 홍보영상과 언론 인터뷰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반긴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낮은 곳에서, 그것도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봉사한 사람만 존경받는 세상이다. 나경원 정도면 숨어서 봉사해도 세상이 들춰낸다.
나경원은 정치인치고 순진한 사람이다. 목표가 분명하고, 필요한 일이라면 밀어붙이는 성품이다. 유불리를 따져 일하는 타입도 아니다. 스스로도 “순진하게 험한 일을 맡아 손해 본다”고 한다. 계산에 능한 사람이라면 2007년 박근혜 당시 경선 후보에게 “당의 원칙도 원칙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을 리 없다. 그런데도 당 안팎에서 그를 보는 시선은 차갑다.
광고 로드중
▶ [채널A 영상]나경원 “정치적 휴지기, 중요한 자산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