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정부 공약 현실성 논란
박근혜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고용률 70%’의 현실성 여부를 놓고 정부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약 달성을 위해 지나치게 숫자에만 집착하다간 ‘7% 성장률’의 도그마에 빠져 고물가와 양극화 논란을 빚은 지난 정부의 전철(前轍)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4일 “‘고용률 70%’는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과 다르다”라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적 구호, 장기 비전이 아니라 진짜 2017년까지 고용률을 70%로 올리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매우 도전적인 수치인 것은 맞지만 목표 달성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방하남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첫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이른 시일 안에 마련하라고 제일 먼저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국정과제의 제일 첫머리에 ‘고용률’을 제시했고 이달 10일 대통령 비서실은 이 주제를 다루는 국정현안 토론회를 주관했다.
광고 로드중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고용투자팀장은 “2016년부터 고용률의 분모(分母)가 되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기업의 노동수요가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고용률은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10년 내라면 70%라는 목표 달성이 가능하겠지만 5년은 매우 촉박한 기간”이라고 전망했다.
새 정부는 여성과 청년의 경제활동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고용률 상승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지난달 20대 고용률은 55.3%로 외환위기의 여파로 실업난이 극심했던 1999년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고 여성 고용률(52.2%)도 남성(73.2%)을 크게 밑돌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당국자는 “여성 고용률만 5∼6%포인트 높여도 전체 수치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며 “육아 등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들의 파트타임 근로부터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조사기준은 아르바이트나 공공근로를 1주일에 1시간만 해도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고용률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지나치게 양적(量的) 지표에만 매달리다간 자칫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은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이 약 5년의 짧은 기간에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인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노동시장 재편, 근로자 임금 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 큰 폭의 개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존의 여러 대책을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70% 고용률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숫자에만 집착하지 말고 큰 방향을 세운 뒤 제도와 정책을 설계하겠다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