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서 알뜰폰 사는 4명 중 3명이 ‘세컨드폰족’
○ 편의점 휴대전화는 ‘세컨드폰’
황 씨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 카카오톡 메신저로 말을 걸어오거나 내 프로필을 보는 등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친분이 없는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안 되는 피처폰으로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폰은 ‘메인폰’, 업무용 전화를 ‘세컨드폰(두 번째 휴대전화)’으로 나눈 황 씨는 주말에는 업무용 전화기를 서랍에 넣어 두고 아예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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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5%는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위해” ▼
구매 이유로는 사생활 보호가 41.0%로 가장 많았다.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물물교환을 하거나 동호회 등 온라인 활동이 잦은 대학생 임원호 씨(25)가 그런 경우다. 임 씨는 “무심코 현재 쓰는 스마트폰 번호를 한 중고 물물거래 사이트에 남겼더니 장난 전화와 대출 광고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며 “개인 신상정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온라인용 번호’를 하나 더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성친구와의 통화를 위해 휴대전화를 하나 더 마련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남성 직장인은 최근 등산 동호회에서 만난 초등학교 여자 동창생과 세컨드폰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 그는 “아내 눈치가 보여 하나 더 장만했다”며 “세컨드폰은 주로 주중에 사용하고 퇴근할 땐 회사 서랍에 넣고 나온다”고 털어놓았다.
○ 아이 교육 위해 2대 쓰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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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권기록 씨는 어린 자녀 때문에 스마트폰과 피처폰을 모두 사용한다. 평소에 지인들과 연락하거나 업무용으로 쓰는 스마트폰 ‘갤럭시S2’는 퇴근 후엔 주머니에 넣어두고 가급적 안 꺼낸다. 권 씨는 “아이들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게임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집에선 피처폰을 쓴다”며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와도 가급적 아이들 앞에서 받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수험생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스마트폰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일부러 피처폰을 사용하는 경우도 16.5%나 됐다.
마케팅 방식도 바뀌었다. 오재용 세븐일레븐 상품부문 부장은 “처음엔 편의점을 주로 찾는 10, 20대 젊은층의 첫 휴대전화용으로 싸게 내놓았지만 최근에는 아예 ‘세컨드폰’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도 올해 상반기 안으로 저가형 휴대전화를 팔겠다고 밝혔다.
세컨드폰 확산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터넷 ID를 두세 개 만들어 쓰는 것처럼 사생활을 세분해 의사소통을 하려는 것으로 분석한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사회학과)는 “스마트폰 시대에는 언제나 누군가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지치는 경우가 많다”며 “세컨드폰을 쓰는 건 얽힌 인간관계를 휴대전화를 이용해 스스로 재배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경영학과)는 “편의점에서 저가형 휴대전화를 손쉽게 살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세컨드폰족’이 등장하게 됐다”며 “앞으로 기능과 용도에 따라 휴대전화를 세분해 쓰는 사람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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