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레이스 코트로 청순하게 변덕날씨엔 맥코트로 든든하게
버버리 프로섬의 그린 레이스 트렌치코트, 버버리 제공
클래식
봄 코트의 ‘전설’이 된 옷들의 고향은 대개 영국이다. 누가 입어도 시크하게 보이는 트렌치코트나 매킨토시코트(맥코트)가 대표적이다.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에 탁월한 방수기능이 특징이다. 이유를 따져보면 한국의 3월보다 더 변덕스럽고 음산한 영국의 날씨에 답이 있다. 변덕 날씨가 기본 ‘옵션’인 영국에서는 실용적이면서도 스타일을 살려 주는 의류가 발달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탁월한 방수기능을 가진 트렌치코트나 맥코트는 요즘 유행하는 ‘기능성 의류’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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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한국 남성들 사이에서는 유난히 맥코트와 ‘바버’의 재킷이 인기다.
맥코트는 단추가 한 줄로만 달린 트렌치코트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소재 및 의류회사 ‘매킨토시’에서 나온 옷이 특정 스타일을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변한 것이다. ‘매킨토시’는 1823년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화학자 찰스 매킨토시가 개발한 완벽한 방수재질의 매킨토시 원단으로 시작한 회사다. 당시 질척거리는 거리에 말과 마차가 흙탕물을 튕겨대는 통에 어떻게든 방수소재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컸다고 한다. ‘버버리’의 트렌치코트처럼 매킨토시코트도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군복으로 쓰이면서 널리 알려졌다.
진짜 매킨토시코트는 영국과 일본의 매장에서 600∼800파운드에 팔리고 있다. 매킨토시는 ‘폴스미스’ ‘준야 와타나베’ 등 다른 디자이너들과도 협업을 해 세계 남성들을 설레게 한다. 매킨토시 원단은 패션을 좋아하는 남성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화학자가 개발한 고무코팅 면, 아직까지도 철저하게 수작업만 고집하는 원칙,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때문이다. ‘직구’(해외 직접 구매)하기 편한 미국 패션업체 ‘제이크루’ 웹사이트에서도 매킨토시 협업 제품을 120만 원대(관세 및 배송비 제외)에 살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새로 생긴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 편집매장 ‘아카이브’에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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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캘빈클라인의 파스텔톤 트렌치코트, 구치의 라임색 퍼프 슬리브스 코트. 각 업체 제공
무채색 옷만 입는 사람이라면 단 하루만이라도 녹색 연두색 핑크색 노란색 옷을 입어 보자. 따뜻한 햇볕 속에 빛나는 화사한 색깔이 하루 종일 마음을 들뜨게 만들어 준다. 올봄에는 선명한 색깔이 유행이기까지 하니 한번쯤 시도할 만하다.
‘버버리 프로섬’의 녹색 레이스 트렌치코트([1])는 장인이 버버리 고유 패턴으로 등록돼 있는 플라워 무늬를 한 땀 한 땀 뜨개질해 만든 옷이다. 클래식한 더블브레스트(단추 두 줄) 형식의 트렌치코트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레이스’라는 소재의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뒷부분에 플리츠(주름) 디테일을 넣어 여성스럽다. 배우 김희선이 지난달 열린 영국 런던 패션위크에서 이 옷을 입어 화제가 됐다. 국내 매장에서는 이미 품절됐지만 버버리닷컴에서 국내 판매가격과 같은 가격으로구매할 수 있다. 850만 원대.
구치는 소매 끝부분에 볼륨이 들어간 라임색 코트([3])를 선보였다. 칼라는 직선, 소매는 곡선이라 과하지 않은 시크한 느낌을 준다. 런웨이의 모델이 비슷한 색깔의 클러치를 매치한 것도 눈에 띈다. 이런 옷을 입을 때 헤어스타일은 모델처럼 깔끔하게 빗어 넘기는 게 시크해 보인다. 가격은 382만 원.
빈폴 옐로 트렌치코트와 빈폴액세서리 오렌지 지퍼 행콕백. 모델은 이승민 씨(상명대 무용예술학과).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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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라고 컬러 트렌드를 멀리할 필요는 없다. 네이비와 카키색, 블랙이 이제 지겹다면 톤 다운된 컬러부터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나일론 재킷은 톤 다운된 버건디 컬러로 튀지도, 무난하지도 않다. 안감으로 마이크로 체크 패턴의 ‘친칭 코튼’ 소재를 사용해 양면 활용이 가능하다. 런웨이의 모델은 이 남성 재킷에 레드 팬츠를 매치했다. 재킷 가격은 278만5000원.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버건디색 제냐실크 재킷. 에르메네질도 제냐 제공
플라워&메탈릭
구치의 플로라 트렌치코트, 모스키노의 플라워 패턴 재킷. 각 업체 제공
옷을 캔버스 삼아 아름다운 꽃과 프린트를 그린 올봄 스프링코트를 보면 이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한 폭의 추상화 같은 옷들은 가질 수 없어도 눈을 즐겁게 한다.
구치의 2013 크루즈 컬렉션의 플로라 트렌치코트([7])는 섬세하게 플로라 무늬가 수놓여 있다. 플로라 무늬는 로돌포 구치가 1966년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를 위한 스카프에 처음 그렸다. 398만5000원.
모스키노는 크고 작은 꽃잎이 한데 어우러진 여성스러움 가득한 재킷([8]·오른쪽)을 선보였다. 컬러의 강약을 조절해 전체적으로 균형감이 느껴진다. 147만 원.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셔츠 칼라 개버딘 코트. 에르메네질도 제냐 제공
버버리는 남성 트렌치코트에 메탈릭 칼라로 포인트를 줬다. 칼라 뒷단에만 메탈릭 소재를 덧대 깃을 올리지 않으면 점잖은 트렌치코트로 변신할 수 있는 제품도 눈에 띈다. 300만 원대.
버버리 프로섬 2013 봄여름 컬렉션 피날레 장면. 버버리 제공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