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극복하자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질환은 잘 낫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우울증은 치료가 잘되는 병이다. 전문의와 상담해 치료를 받는 한편으로 스스로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동아일보DB
평소 소심한 성격이라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 박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어깨 결림과 소화불량 등의 신체 증상이 우울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봄을 맞아 괜스레 몸이 뻐근하고 소화가 안 되면서 침울한 기분이 동반되면 박 씨처럼 우울증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몸이 아파도 우울증일 수 있어
정성훈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적인 증상이 우울증 징후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깨 결림이나 소화불량, 피로감 등의 신체 증상 역시 우울증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신체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막연한 우울감이나 집중력 및 기억력 감퇴가 동반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은 일종의 뇌 질환이다. 결코 마음이 약하거나 어리석어서 생기는 병이 아니다. 물론 심리적인 요인이 첫 단추 역할을 하지만,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잘 풀어내는 신체 능력은 유전적 문제나 특정 질병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우울증은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는 뜻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때 인간의 뇌에선 여러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우울증 환자들의 뇌에서는 이런 변화가 비정상적으로 나타난다.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인간의 성행동, 수면 그리고 기분 등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데, 일부 우울증 환자는 이 물질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는다.
일단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저조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만약 우울증에서 회복돼 정상생활을 되찾았다면 재발을 막기 위해 생활습관 및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규칙적으로 잠을 자고 식사를 하자. 영양상태가 나빠지고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틈나는 대로 햇빛과 자연을 접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물 밖에 나갈 수 없다면 창밖을 바라보면서라도 시선을 먼 하늘과 녹지에 두고 선선한 바람을 느껴보자. 점심시간에는 운동화로 갈아 신고 주변의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다.
친구들과의 만나거나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바둑, 낚시, 영화감상, 공연관람 등 뭔가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찾아보자.
조맹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 존경하는 사람, 성직자 등 자기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고도 조언했다. 그는 “타인에게 자신의 고통과 어려움을 얘기하고 상담을 받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것만으로 좋아지지 않는 경우에는 치료 약물이 큰 도움이 된다. 조 교수는 “최근 20년간 정신과의 항우울증제는 급격한 속도로 발전해 왔다”며 “약물들은 부작용이 없으며 약물치료만으로 70∼80%의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는 적어도 15일 이상 지속적으로 투약을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만약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고 섣불리 약을 중단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의사의 중단 지시가 있을 때까지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어렵게 이루어놓은 회복이 헛수고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