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세상 ‘아날로그 앨범’ 인기
후지제록스의 ‘당신의 페이스북을 프린트하라’라는 이벤트에 당첨되면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글이 들어간 포토앨범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 후지제록스 제공
유성열 후지제록스 사장
한 친구가 수십 장의 사진을 찍더니 “앨범으로 만들어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기기를 사랑하는 얼리어답터이지만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는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 올려도 종이앨범만 못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동네 사진관이 점차 사라진 것도 못내 아쉬워했다. 사진을 인화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사진관 유리창에 내걸린 커다란 가족사진에 흐뭇한 미소를 지을 일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후지제록스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앨범으로 제작해주는 ‘당신의 페이스북을 프린트하라(Print your Facebook)’라는 이벤트를 진행해 큰 인기를 모았다.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12월부터 두 차례로 나눠 두 달간 진행한 이벤트에 1423명이 지원했다. 그 가운데 100명이 당첨돼 종이앨범을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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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후지제록스 사장은 “단순한 사진인화에서 벗어나 사진에 나만의 이야기를 더할 수 있는 실속 맞춤형 포토앨범을 만들어줬다”며 “특히 여름휴가나 신혼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이달 말 3차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사진을 인쇄하고 있다”며 “앨범에 넣을 사진을 정성스럽게 고르고 이를 출력해 간직하는 것은 여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앨범을 만들기 위해 사진을 고르고, 인화하는 작은 수고로움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정말 중요한 것들은 사진이나 문서로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유 사장은 “전자문서가 종이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오히려 종이의 사용량은 더 늘었다”며 “무언가를 출력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라며 “앞으로도 ‘세상을 프린트하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물, 풍경 등을 앨범으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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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필름을 사용하는 아날로그 카메라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사진을 찍는 즉시 인화해 간직하는 즉석카메라도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후지필름은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즉석카메라 시장에서 연평균 39%의 성장률을 이뤄냈다. 지난 4년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연평균 30%)을 넘는 수치다. 2011년 세계적으로 140만 대의 즉석카메라가 팔려나갔고, 그 중 20%인 28만 대가 한국시장에서 팔렸다.
카메라 업계 관계자는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 은은하면서도 선명한 특유의 화질이 특히 20, 30대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다”며 “즉석카메라에서 사진을 뽑아 이를 앨범으로 만들려는 수요가 점차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