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안은미의 ‘아저씨들을 위한 무책임한 땐스’ ★★★☆
쏟아지는 물속에서 마음껏 춤을 추는 ‘아저씨’들. 사진작가 최영모 씨 제공
안무가 안은미는 2011년 할머니들의 몸짓으로 꾸민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지난해 10대 청소년들의 춤을 담은 ‘사심 없는 땐스’에 이어 올해는 아저씨들을 무대로 불러 올렸다. 1∼3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가 펼쳐졌다. 안은미의 ‘몸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녹색 소주병을 들고 등장한 안은미는 소주 한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가 분수처럼 뿜어냈다. 그는 관객들에게 소주 한잔을 권하며 같은 동작을 하도록 유도했다. 객석 곳곳에서 소주 분수가 분출했고 모두 박장대소했다.
영상이 끝난 뒤 무용수가 아닌, 실제 아저씨 22명이 무대로 나와 춤을 춘다. 배경음악은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같은 뽕짝이다. 막춤 말고는 춤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기만 한 아저씨들의 몸짓은 절규이고 탈출이고 해방이었다.
소주와 트로트, 아저씨, 막춤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 조합이었고 초반에 전문 무용수들이 선보인 안무 외에는 영상에서나 실제 무대에서의 춤은 엇비슷했다. 무대에 선 아저씨들 간에는 뜨거운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았지만 그 열기가 객석까지 다다르진 못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